기업에서 말하는 리더는 단순히 사장(社長)이나 회장(會長)과 같은 특정 자리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많은 직원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리더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할 때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리더(leader)라는 글자에 잘 숨겨져 있다. 즉 리더(leader)는 Listen, Explain, Assist, Discuss, Evaluate, Response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좀 더 설명하자면 리더는 우선 직원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listen), 자신의 비전 등을 직원들에게 잘 설명하고(explain), 직원들의 잘 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주며(assist), 문제가 있으면 합리적으로 토의하고(discuss), 객관적 근거로 직원들을 평가하고(evaluate),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질 줄 알아야 한다(response)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 앞서 항목들을 두루 갖춘 리더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항목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경청(傾聽)’을 1순위로 얘기하고 싶다. 경청이야말로 훌륭한 리더가 되는 출발점이자 마지막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경청의 중요성은 재벌 총수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경청의 정의(定義)가 무엇인지 올바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경청이라는 한자를 풀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청의 학문적 정의는 무엇이고 경청은 왜 중요할까. 좋은 리더가 되려면 경청을 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어떻게 경청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국내 경청 전문가 중 한 명인 한국은 박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경청의 영역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심도가 매우 깊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박사에 따르면 1979년 설립된 국제경청협회(The International Listening Association)에서 지난 1996년에 경청을 이렇게 정의한다고 들려줬다.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메시지로부터 의미를 구성하고, 말로 된 메시지나 비언어적인 메시지에 반응한 것이 경청”이라는 것이다.
한 박사는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초 역량으로서 적극적 경청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경청 과정을 통해 생각을 창조하게 하고 경청 행동을 통해 신뢰와 수용을 높이면서 리더십을 향상 시킨다는 의미가 담겼다.
경청에 대한 여러 내용 중에서도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청에도 크게 6가지 유형이 있다는 대목이다. 첫째는 관계지향 경청유형이다. 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고 말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과업지향 경청유형이다. 사람보다는 일에 대한 관심을 우선적으로 나타내며 듣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분석지향 경청유형이다. 외부 정보를 수신하는데 있어 내용적으로 상세하고 철저한 정보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넷째는 비판지향 경청유형이다. 듣는 내용에 대해 옳고 그름을 우선적으로 가려내는 사람들이 자주 애용하는 경청 방식이다. 다섯째는 시간지향 경청유형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경청에 투자하는 시간의 양을 정확하게 진술하면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섯째는 맥락지향 경청유형이다. 말하는 사람이 처한 전체적인 환경과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함과 동시에 말하는 사람의 감정까지도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주의를 기울이고 잘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습관적으로 혹은 좀더 선호하는 경청유형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경청 방식으로 듣는지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이후의 성과와 결과물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에서 이제는 단순히 리더들이 “잘 경청하겠습니다”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경청의 방식부터 바꿔 나갈 필요성이 높다. 2023년 한 해는 토끼의 큰 귀처럼 ‘경청’을 화두삼아 자신은 물론 기업도 새롭게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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