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겪는 중소형 증권사를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로 촉발된 자금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이 골자다.
다만 대형 증권사도 채권운용 손실, 수수료 수익 감소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를 부담하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실무자는 지난 24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긴급회의를 열고 채안펀드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투자업계의 이런 결정은 금융당국이 앞서 자금시장 현황을 점검했지만 정부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감안한 자구안이다.
업계는 두 번째 회의에서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는 중소형 증권사 지원을 위한 펀드 조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중소 증권사들이 신용 보강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 금액 등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제2의 채안펀드 조성을 두고 중소 증권사의 PF 리스크를 대형 증권사가 떠안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관측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가 중소형사 대비 자기자본이 많다고 하더라도 채권 운용 손실, 수수료 수익 감소 등으로 실적 악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제2의 채안펀드가 조성되더라도 시장 안정화 효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우량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산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게 소요되면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리인상과 증시 약세로 대형 증권사의 자금 유동성은 줄어든 실정이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중소형 증권사의 리스크가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번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는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의견이 관측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상생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권 시장에 돈이 유통돼야 다른 채권들도 매입할 수 있지 않나”며 “업계 전반으로 퍼질 부실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생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