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인 유현경(1985~) 작가의 개인전 '그림, 만나는 방법 하나'이 다음달 22일까지 열린다.
29일 호리아트스페이스에 따르면 개인전을 여는 유 작가의 그림은 실재 모델이나 대상을 근거로 제작되지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재현에는 큰 흥미를 두고 있지 않다.
어떤 작품은 그리다만 것 같기도 하고, 얼핏 미완성은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들게 한다. 대부분의 그림들은 일상 상황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성적 교감을 통해 형성된 관계성들’을 작가만의 감정선에 따라 캔버스에 옮긴 것이다.
한편으론 관계 중심의 작업에서 출발했지만 결론에 이를수록 그 관계마저 망각시킨 ‘실존적 시간대의 새로운 창조방식’을 선보인다고 평가할 만하다. 주로 인물화 형식에서 이런 그림의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이번 개인전은 인물화만으로 구성했다.
유현경의 인물화는 모델을 만나는 첫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과 그리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여러 층위의 긴장감까지 붓질에 그대로 옮겨진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누구를 그렸거나, 한 인물을 몇 번 그린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굴 묘사 역시 거의 생략돼 추상화처럼 보이는 작품도 많다. 그렇다고 미완성은 결코 아니다. 눈과 코, 입으로 표정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화의 진경산수화처럼, 형상 너머의 내재된 감정선에 충실한 그림이다. 여과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작가적 충동과 긴장감이 배인 그림들은 더없이 솔직하다.
소소한 감정에 휘둘리거나 매몰되지 않고, 징그러울 정도로 노골적이고 솔직한 필법을 구사한다. 첫 출발은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대상과의 상호관계성에 집중하게 된다. 붓 터치 한 획 한 획 쌓여가는 농도만큼 화면 속 인물에 대한 이해 역시 깊어짐을 잘 보여준다.
작가에게 대상과 마주한 시간은 ‘기억하고 싶은 과거와 오늘에 대한 기록’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그림들에서 일상과 비일상의 순간적 경계를 넘나드는 ‘유현경 특유의 직관적 경험의 여운’이 묻어난다. 마치 ‘실존의 그림자를 좇는 회화적 탐구의 여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유현경 작가의 그림은 어느 한 곳에도 거침이 없다. 머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빨리 손으로 그려낸 그림이다. 한국화의 일필휘지 화법을 보는 듯, 아무리 큰 화면이라도 망설임 없는 붓질이 화면 전체를 생동감의 기운으로 꽉 채워주고 있다.
[신아일보] 권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