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 7개 시도에서 7600여 명이 대피하고 14명 사망·6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를 입었다.
주택 침수 등의 피해를 본 이재민은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2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1300여 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침수 피해. 침수 피해는 거의 같은 지역에서 반복된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기후변화에 따라서 호우 양상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하지만 방제 대책은 10여년 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문제다. 특히 강남지역의 경우는 2010년 2011년 연속적으로 침수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피해를 입었다.
8일 새벽 기상청은 수도권에 1200mm의 비가, 어떤 지역은 300mm까지 내릴 것이라는 경고를 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1단계 2단계 주의보를 오전에 하고 심각 단계는 사고가 난 다음날 1시에나 겨우 이뤄졌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조금만 더 먼저 예보를 했다면, 그리고 조금만 더 구조가 빨랐다면 대부분의 목숨을 구조할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강국을 자부한다. 현재 정부에서 보내는 재난 메시지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도 송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의 경우에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대피 등의 메시지를 보내 상황 전달을 정확하게 해 줬더라면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터다.
피해를 입은 지역들 상당수는 예전에도 태풍으로 침수와 범람 피해를 입었던 곳들이다. 그럴 때마다 이런저런 대책이 나오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땜질식 처방’이란 불만이 나온다.
이번 폭우로 반지하에 대한 이목이 쏠렸다. 폭우로 서울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이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반지하 거주를 최대한 없애고 공공임대주택 등 대체 거주지를 공급한다며 처방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하·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짓지 못하도록 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은 10~20년의 유예 기간을 준 뒤 순차적으로 없애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100년 빈도의 폭우도 이길 수 있는 대심도 빗물 터널 건설과 반지하 서민 대책 등도 내놨다. 정부도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하천 관리 등 재해 대응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지가 뛰어나고 거주비용이 저렴한 반지하를 대신할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반지하를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라 반지하 가구도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배수시설 등을 정비하는 게 근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정비를 잘 해서 반지하에 물이 안 차게 해야지 반지하 금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현재 생활을 유지하며 이만큼 저렴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장 필요한 개보수 지원은 하되, 자가·전세·월세 등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집주인을 비롯해 민간이 정부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할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이번의 기록적인 폭우 피해가 국민을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이고 섬세한 고민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아일보] 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