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소수점거래로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소수점거래는 실시간거래가 어렵고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있다. 또 증권사별 종목 수와 수수료가 상이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수점거래는 주식 1주(온주)를 쪼개 소수점 단위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0.2주, 0.3주, 0.5주 등 매수한 해외주식을 취합한 뒤 온주 단위로 만들어 주문을 체결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출시하는 증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이듬해 8월 처음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 소수점거래를 시행 중인 증권사는 총 8곳이며, 토스증권은 이달 중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증시 거래량의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수료 수익원으로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시장을 낙점한 모양새다.
증권사는 미래 잠재고객인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의 활발한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자산규모와 무관하게 소규모 투자금으로 고가 주식을 살 수 있고, 포트폴리오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증권이 지난해 11월29일부터 약 한 달간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신규 약정한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2030세대는 전체 중 46%를 차지했다. 이 중 20대의 비율은 36%로 나타났다.
다만, 소수점거래는 실시간매매가 어렵고 의결권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투자자들의 주문을 모아 빠르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실시간에 근접한 수준으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증권사마다 거래대상 종목, 거래방식, 수수료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선 거래방식에 혼란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예컨대, 소수점거래 종목 수는 한국투자증권이 736종으로 가장 많고 카카오페이증권이 24종으로 가장 적다. 수수료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0.25%를 내세운 반면 키움증권은 0.10%로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소주문금액에서도 차이가 난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1000원부터이며,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은 1달러, 신한금융투자는 0.01달러부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마다 다른 거래방식은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한 조치이며 이를 통해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어떤 방식이 본인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지 선택할 수 있다. 정착기를 거치고 나면 거래방식에 따른 투자자 혼란 문제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소수점거래와 관련해 투자자의 의결권을 최대한 반영하는 쪽으로 논의 중”이라며 “여러 가지 검토를 끝낸 후 가장 합리적인 선에서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은 올해 9월쯤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