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 유통 혁신도 '인간미' 필요하다
[기자수첩] 디지털 유통 혁신도 '인간미' 필요하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1.28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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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기자로 나와 직접 키오스크(무인 주문 단말기)를 체험하고 어르신들의 사용실태를 보도하는 에피소드가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유재석이 영화관 키오스크 조작에 서투른 모습을 보여 의외란 반응이 많았다. 평소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한 모습을 보여준 그였다. 어르신들 역시 유재석처럼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며 영화 티켓을 끊는데 무척 어려워했다. 이 프로그램을 본 중장년층과 일부 2030 시청자들은 키오스크 조작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면서 많은 공감을 나타냈다. 

스마트폰·노트북 등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MZ세대에 포함된 내게도 키오스크 조작은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스마트폰과 하루 종일 동고동락하면서 터치스크린이 익숙한 세대지만 메뉴 주문이나 쿠폰 적용, 결제 과정 등에서 버벅대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최근 한 햄버거 매장에서도 키오스크를 통해 쿠폰을 적용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다. 난감한 건 이럴 때 누가 옆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좋겠지만 내 뒷모습을 노려보는 대기줄 정도만 있을 뿐이다. 대면 주문시간이 아니라 매장 직원들은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줄을 선 다른 이들의 시간에 피해를 줄까봐 주문을 포기했다. 하물며 키오스크에 더욱 익숙지 못한 어르신들에겐 이 같은 경우들이 상당할 거다. 

내 주변의 이마트와 롯데백화점, GS25, 맥도날드, CGV 등 다수의 유통·소비재 브랜드 매장에서도 키오스크 사용은 흔해졌다. 산업계 대표 대면 업종인 유통·외식업계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소비가 대세를 이루자 오프라인 매장에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신속히 구축하기 시작했다. 유통·소비재 기업들 너나할 것 없이 ‘디지털 퍼스트’를 경영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혁신의 상징이 된 키오스크는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키오스크 시장은 2016년 25억달러(약 2조9662억원)에서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46억달러(5조4579억원)로 두 배 가량의 성장세가 전망된다. 

키오스크를 앞세운 매장에선 위생적인 측면은 물론 인건비 절감과 함께 고객과의 괜한 마찰을 줄여 꽤 효율적이란 평이 많다. 다만 키오스크가 늘어날수록 스마트기기에 익숙지 못한 이들은 매장 문을 열기가 점점 두려워질지 모른다. 디지털 시대에 역설적으로 ‘디지털 포비아(첨단기술에 대한 공포감)’가 더욱 커질 수 있단 얘기다. 

유통·소비재 기업들은 디지털 혁신에 좀 더 친절해주길 바란다. 키오스크 조작을 돕는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주문과정을 좀 쉽게 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미’ 없는 디지털 혁신은 소비자에게 결국 외면 받게 된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