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 출신…'원팀' 목소리 거부할 수 없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뛰기 위해 운동화 끈을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원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이 후보는 22일 민주 진영의 심장부인 광주 5·18 국립묘지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연이어 참배하며 본격 대선 행보를 가동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첫 대선 일정 장소로 이곳을 찾은 이유는 원팀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이 지지부진한 상황 가운데 지지층 결속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후보 측은 이날 입장문 발표를 통해 경기지사직을 사퇴하고 향후 대선 일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이 후보는 (오는) 25일24시 경기도지사로서 소임을 마치고 사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가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 전 대표와 원팀 구성이 필수 불가결하다. 이 전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39.14%(55만 392표)를 차지했다. 적지 않은 수치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과반 이상 지지를 확보해 본선 직행 표를 바로 쥐었지만, 현재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끌어안는다면 이 후보로서는 새롭게 반등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이재명, 尹‧洪 '간발 차'로 앞서
원팀으로 민주당 지지층 집결해야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결과에 따르면 차기 정치 지도자 주요 인물 개별 호감 여부를 물었을 때 이 후보는 32% 호감도를 얻었다.
그 밖의 주자들은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3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8%,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2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19% 순이었다.
이 후보와 바로 뒤이은 홍 후보 사이 호감도 격차는 1%p 남짓이다. 이는 곧 이 후보가 유권자로부터 대선주자 가운데 독보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5일 최종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즉, 국민의힘 지지층은 현재 홍준표·윤석열 두 후보로 양분된 상황이다. 반면 이 후보는 민주당 단일주자다. 이를 감안한다면 그가 현재 안정적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같은 여론조사에서 대선 4자 가상 구도 조사 시에도 윤석열·홍준표 후보에게 오차범위 이내에서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이재명vs윤석열vs심상정vs안철수' 구도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4%로, 윤 후보(31%)보다 3%p 높았다. 심 후보 7%, 안 대표 9% 등이었다. '기타·의견유보'는 18%를 기록했다.
'이재명vs홍준표vs심상정vs안철수' 구도에서 이 후보는 33% 지지율을 얻었다. 홍 후보는 이보다 3%p 내린 30% 지지도를 나타냈다. 이어 심 후보 8%, 안 대표 1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기타·의견유보'는 19%다.
이 전 대표가 보유한 지지율은 14.3%가량으로 알려진다. 이 후보로서는 '굳히기'에 들어설 수 있는 절실한 수치다.
알앤써치(MBN 의뢰, 18~20일 전국 성인남녀 1020명,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가 전날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 대선주자 다자대결에서 △윤석열 30.1% △이재명 28.0% △홍준표 19.1% △유승민 4.6% △심상정 3.2% △원희룡 2.8% 지지율로 전반 상승세를 보였다.
이 전 대표가 포함된 지난 7일 직전 여론조사(MBN 의뢰,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4명,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p, 기사에 인용된 모든 여론조사 결과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물었을 때 각 후보 지지율은 △윤석열 24.5% △이재명 25.2% △홍준표 14.8% △이낙연 14.3% 등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이 전 대표 지지율 14.3% 가운데 단 2.8%p만을 끌어온 것이다. 실제 이 후보가 지지도 보합세를 보이자 일부에서는 컨벤션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과 반대로 '역(逆)벤션효과'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오랫동안 다져가며 상승하는 패턴이 특징적"이라며 "현재 정당 지지도보다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도가 높은데 이는 인물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정적 흐름을 위해선) 정당 지지도보다 이 후보 지지율이 15~20% 정도 더 높게 나타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상호-박광온 회동, '원팀' 발판되나
"만날 예정 없다…그저 기다리는 상태"
이 전 대표가 합류를 전제한 원팀 선대위 구성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전날 앞선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후 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통화를 나눴으며, 그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어떤 역할도 맡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양측에서 오보라고 밝혀 일단락 됐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 측 정상호 의원과 이 전 대표 측 박광온 의원이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린다. 이를 계기로 원팀 선대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풀이다.
정 의원은 22일 본지와 연락에서 협의 일정 등을 묻자 "박 의원과 만날 예정이 없다"면서 "우리는 그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과 이 후보 측은 이 전 대표의 심정을 배려해 급히 서두르지는 않겠다면서도 빠른 결속을 위해 이 전 대표가 합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비치고 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당 공식 선대위 구성 관련해서는 당과 이 후보 측에서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논의 종료 시점은) 모른다. 이 전 대표와 관계돼 있고, 연계돼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당과 이 후보 측은 조심스레 이 전 대표가 선대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를) 같이 도왔던 분들이 (선대위에) 합류하는 모양새가 조금씩 일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 전 대표와 이 후보가 합을 맞춰갈 수 있다는 취지다.
이 후보 측 인사 역시 "(이낙연 전 의원은) 전 당 대표를 하지 않았나"라며 "민주당이 모두 '원팀'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경선 과정에서) 서로 상처받았고, 이를 가라앉혀야 하니 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원팀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