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가능 재산 늘려 투자자 기대 충족 필요
증권사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 수가 사상 최초로 은행 ISA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
중개형 ISA의 인기가 '머니무브'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 선호도가 높은 중개형 ISA는 향후 증시 부진에도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로서도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수단이 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증권사 ISA 가입자 수는 128만7389명으로 은행 가입자 수(97만65명)를 웃돌았다. 이는 2016년 3월 ISA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중개형 ISA의 인기가 높아지며 증권사로의 이동이 가속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중개형 ISA 누적 가입자 수는 2월 말 1만5000명에서 7월 말 122만명으로 80배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탁형은 177만명에서 78만명, 일임형은 29만명에서 25만명으로 가입자가 줄었다.
'MZ세대'가 중개형 ISA 가입을 주도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중개형 ISA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45%로 절반에 가깝다. 반면, 신탁형(30%)과 일임형(26%)은 2030세대 비중이 낮은 편이다.
박두성 금융투자협회 증권지원2부 부장은 "최근 주식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MZ세대 중심으로 중개형 ISA 가입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여기에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 및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더해지며 해당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늘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ISA를 통한 주식 투자에 대해 추가적인 세제 혜택이 기대되면서, 증권사 ISA로의 투자자 쏠림 현상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ISA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 투자해 발생한 차익 소득에는 전액 비과세 혜택을 준다. 그 외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ISA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익을 통산해 순이익 200만원(서민·농어민형 400만원)까지는 과세하지 않고, 초과분에는 9%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이런 세제 혜택은 3년 이상 ISA를 보유하면 받을 수 있어, 장기 투자를 독려하는 유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형 증권사들까지 앞다퉈 중개형 ISA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유치 경쟁에 한창이다. 지난달 말부터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이 여기 뛰어든 것. 이에 따라 중개형 ISA를 취급하는 증권사는 지난 7월 8개사에서 이달 11개사로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역시 150만명 내외로 전월 대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에 관심이 없었던 고객들도 중개형 ISA가 가진 비과세 혜택을 기대하며 계좌를 개설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최근 증시가 횡보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중개형 ISA 가입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서는 "중개형 ISA 계좌를 발급받는 것은 장기적으로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유인이 크기 때문에, 최근 증시가 부진하다고 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또 "중개형 ISA에 편입하는 종목 역시 장기적으로 배당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이나 안정적인 대형주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입 수요는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개형 ISA의 편입 가능 자산에 채무증권과 파생상품이 빠져 상품 선택의 폭이 다소 제한되고 있는 것이 한계로 지목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종적으로는 편입 가능 자산에 채무증권과 파생상품을 추가하고, 예·적금을 제외한 투자형 ISA로 상품을 발전해 나감으로써, 다양한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