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사 크래프톤이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직원들에게 추가로 총 30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소식을 뿌렸다. 코로나19 상황 속 성과급 경쟁에 또 다시 불을 질렀다. 크래프톤은 앞서 연봉 2000만원 인상에 초임연봉 6000만원까지 상향시켰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크래프톤이 인센티브 보도자료를 배포한 날은 소상공인 ‘버티목자금 플러스’ 1차 신속지급 대상자 지원이 이뤄진 날이다.
한쪽에서 억대 돈 파티를 즐길 때, 다른 한쪽에선 생계를 위해 200만원이라도 받으려고 줄을 서는 상반된 모습이 연출됐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빈부격차 심화에 언론들이 따끔한 지적에 나섰지만 무시된 것이다. 돈을 많이 번 기업이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시국에 굳이 자랑까지 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행위란 지적이다. 자체적으로 조용히 즐기면 될 일이다.
더 아쉬운 점은 카카오 김범수 효과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김범수 의장에 이어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까지 연이은 통 큰 기부에 나서 어려운 시국에 기업들의 기부 행렬이 기대됐다.
하지만 현재는 ‘김범수 효과’보다 오히려 ‘최태원 효과’를 역이용하는 모습이 포착돼 씁쓸하다.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발로 촉발된 성과급 확대 촉구에 자신의 연봉 30억원 전액을 임직원에게 반납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이 발끈했다. 이들은 “SK회장은 성의라도 보였다”며 정의선 회장에 대한 성과급 불만을 대놓고 표출했다. 자칫 재계 전반으로 번질 우려까지 생겼다.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를 비롯한 IT업계에선 성과급 불만을 품은 기업 직원들이 노조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수혜를 받았지만 경쟁사처럼 1000만원대 이상의 높은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 기업들이다. 실제 한글과컴퓨터는 다시 노조를 설립했다. 웹젠은 게임업계에서 웬만해선 설립하지 않는 노조를 만들려고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 박탈감이 노조설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물며 코로나19로 모든 것을 잃어간 소상공인 박탈감은 어떨까. 소상공인들에겐 지금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과급 불만은 다른 세상이야기다. 차라리 최태원 회장의 30억원 반납을 기부로 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자영업자들이 장사 잘되면 우리한테 기부하냐”고 푸념, 충격을 줬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실종된 것이다. 나만 잘 살면 그뿐 마인드로 비춰진다. 코로나19 시대가 낳은 참극이다. 코로나도 이젠 나만 안 걸리면 된다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우리 의식도 좀 세련되게 변화돼야 한다. 매번 지적에도 바뀌지 않으니 기부마저 ‘법제화’를 시키려는 것이다. 코로나19 시국에도 대기업 평균연봉 1억원이 넘는 기업은 30% 늘었다. 최태원 효과보다 김범수 효과가 따뜻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