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사업 IB 부문 약세 속 새로운 전략 안 보인다" 지적도
증권가 전문가들은 메리츠증권이 부동산금융 규제 강화에 대비해 트레이딩 부문 강화 등 체질 개선을 적절히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주로 복귀한 부분에 대해서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핵심 사업 부문인 IB 관련 영업환경 악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종가 기준 메리츠증권 주가는 전장보다 10원(0.26%) 오른 3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최근 52주 최저(종가)인 2110원보다 81.0% 오른 수치다. 작년 12월28일 배당기준일에 기록한 52주 최고가 3970원보다는 3.8% 내렸다.
메리츠증권의 작년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8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영업이익 6799억원보다 21.8% 증가한 규모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5546억원보다 1.9% 증가한 5651억원으로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100%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1339억원으로 전년 대비 30.1% 성장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의 올해 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메리츠증권에게는 다소 비우호적인 영업 여건 속에서 체질개선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는 시각이 있는 반면, 핵심 수익원인 IB(기업금융) 수수료와 이자수익 감소 추세에서 확실한 신성장 동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수익 구조에서 브로커리지 기여도가 작년 4분기 기준 8% 수준으로 가장 낮은 대형증권사다. 거래대금 활황에 따른 수혜가 가장 약했지만, 자체적으로는 고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브로커리지 수익은 전년 대비 126% 증가한 700억원이었다.
특히, 작년 4분기 자산운용(트레이딩) 부문 수익은 4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55.8%, 자산관리 수익은 200억원으로 162.9% 각각 키웠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2~3년전부터 부동산 PF 감소에 대비해 트레이딩 역량을 강화해왔고 영업비용도 효율화하는 등 체질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ELS(주가연계증권) 운영 확대와 랩 어카운트 잔고 증가 등 트레이딩 부문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올해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작년 금융투자업규정 일부개정 입법예고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증권사들의 국내외 개발사업 관련 자본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메리츠증권의 작년 금융수지는 2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감소해 부진했고, 경쟁력을 인정 받는 IB 부문 수익은 4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에 그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대출과 채무보증 축소로 핵심 수익원인 기업금융 수수료 및 이자수지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새로운 성장 전략이 아직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점"이라며 "작년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작년 200원이었던 배당금을 320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배당성향도 작년 24.5%에서 올해 39.9%까지 끌어올렸다. 상향된 배당성향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은 감소를 지속하고 있지만 작년에는 연말 부동산PF 규제 대비차 높이지 못했던 배당성향을 올해에는 크게 높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도 "올해 연말에도 이번 수준으로 배당한다는 신호를 주면 배당주로서 매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메리츠증권은 올해 사업 목표에 대해 IB 부문과 트레이딩, 리테일 부문에서 지속적인 체질개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IB 부문은 시장변화 및 정부 규제강화에 대응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채무보증 반영비율이 적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과 SOC(사회간접자본) 소싱을 확대한다.
트레이딩 부문은 안정적 ELS 잔고 관리 및 운용마진을 확보하고, 리테일은 주식 위탁매매에 대한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 공고화 및 불완전판매 zero(제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작년은 코로나19에 맞서 위기를 극복하고 체질개선에 집중한 한 해였다"며 "올해도 전 사업부가 트렌드 변화를 수용해 과거와는 차별화 된 수익을 창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