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난세 속 '이익공유제', 영웅이 되려면
[기자수첩] 난세 속 '이익공유제', 영웅이 되려면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01.28 0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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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엔 영웅 또는 간웅이 나온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난국 시기다. 난세에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이익공유제’와 ‘손실보상제’를 들고 영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익공유제’의 등장은 빈부격차가 심화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K자 양극화를 예고했다.

따라서 취지는 솔깃하다. 함께 돕고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 깊은 방안이다. 코로나19로 수혜를 받았으니 그만큼 피해기업을 도와주자는 상생 아니겠는가.

코로나19 피해기업은 대부분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이다. 이들이 국내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9%다. 이중 소상공인은 무려 93.3%다.

1980~90년대까지만 이들 93%는 큰돈은 벌지 못해도 서로를 도와가며 살 수는 있었다. 당시 골목상권에선 식당 주인이 옆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았다, 또 그 미용사는 그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자금 선순환이 이뤄졌던 시기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기업이 골목을 장악하며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 모든 지출은 대기업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난세인 지금, 이익공유제란 방안으로 돕는 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다만 강제적으로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영웅이 되려는 정치권에선 “민간의 자발적 참여”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여당 대표가 추진을 제시했고, 그의 말을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힘을 보탰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익공유제 등을 포함한 이른바 ‘상생연대 3법’을 2월 임시 국회 내 처리한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법제화 시켜 93%의 영웅이 되려는 모습처럼 보인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은 이익산정의 불명확, 성장유인 악화, 경영진의 사법적 처벌 가능성 등을 들며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지만, 분위기상 대놓고 강력한 반대는 못하고 있다.

이익공유제가 도입되면 지난해 반도체로 호황을 누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정조준 될 것이 뻔하다. 아이러니한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된 상태고, SK 최태원 회장은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 차기 회장이 확실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요구를 거스르기 힘든 상황과에 위치에 놓인다.

진정 영웅이 되고 싶다면 이익공유제 화두를 꺼낸 것으로 마무리 짓자. 이제 기업에 맡기면 된다. 어차피 사회 환원을 하지 않는 대기업은 현 사회에선 낙오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법제화를 언급하며 강제적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목적 자체가 불순하게 보일 수 있다. 난세에 영웅이 될 것인가 간웅이 될 것인가.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