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전체 380만개 염기서열 중 1만2000개가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과 100% 일치했다. 우리도 (메디톡신의) 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할 테니, 대웅제약도 (나보타의) 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라.”
2016년 11월4일에 열린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미디어 설명회’에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대웅제약에 선전포고를 했다.
메디톡스는 그간 나보타의 균주 출처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지만, 이처럼 공식석상에서 대웅제약을 저격한 적은 없었다. 제약바이오산업을 다루는 기자들 사이에선 다소 놀랍지만 대웅제약이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대웅제약의 판단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대웅제약도 지나친 수위의 음해에 뿔이 났다며 좌시하지 않겠단 입장을 냈다.
대웅제약은 “경쟁 제품과 관련한 근거 없는 주장에도 국내 의약품 시장 위축과 해외 허가 승인 등을 고려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그 수위가 지나치다. 앞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바위의 무서움을 모르던 계란이 부셔지겠구나’란 의견이 많았다. 특히 그 누구도 두 회사의 갈등이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이어질 것이라곤 추호도 알지 못했다.
업계의 관심은 수년째 반복되는 엇갈린 주장에 점점 사그라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에 국내 민·형사소송까지 이어졌지만, 업계는 극도의 피로감만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2019년 2월과 10월 각각 ‘주보’와 ‘누시바’란 이름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로부터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대웅제약의 승리로 굳혀지는 듯했다.
메디톡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대웅제약이 균주를 훔쳤다. 대웅제약은 균주 획득 경위와 장소,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등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2020년 7월7일 ITC로부터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 10년간 수입금지를 권고한다”는 예비판결을 받았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나보타 균주의 염기서열 공개를 대외적으로 요구한 지 약 4년 만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업계는 어차피 어딘가 이겨야 끝나는 싸움이었고, 메디톡스가 사실상 승기를 잡으면서 더 이상 이 상황을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는 데 주목했다. K바이오 신뢰도 문제가 제기됐지만, 업계에선 ‘드디어 끝났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새나왔다.
양사는 균주 공방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추가적인 갈등에 더 지치지 않게, 공방이 이쯤에서 마무리돼야 한다.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이젠 정말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