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주말에 마트를 갔는데, 생각보다 꽤 한산해서 놀랐어요. 대형마트 시대는 확실히 저문 것 같아요.”
어느 지인과 얘기를 나누다가 마트가 화제에 올랐다. 40대인 그는 한 때 주말마다 습관처럼 가족과 함께 마트에서 장을 봤지만, 요 근래 들어 한 달에 한 번 겨우 갈까 싶을 정도로 마트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필요한 생필품을 편하게 받아볼 수 있고, 할인쿠폰도 많아 더욱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복합쇼핑몰·백화점과 달리 마트는 장보기 외에 딱히 흥미를 끌만한 게 없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였다.
대형마트가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지인의 얘기처럼 소비자 발길이 과거보다 상당히 뜸해진 탓이 크다.
실제 올 2분기 기준 이마트는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으며 사상 처음으로 적자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마트도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지난해 동기보다 적자폭이 70억원 가량 늘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라서 실적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업계는 이마트·롯데마트와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매출 면에서 대형마트는 지마켓·쿠팡 등 이커머스(e-commerce)의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대형마트의 ‘위기’보다는 ‘굴욕’이라는 표현이 좀 더 맞겠다.
이마트는 올 초부터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국민가격·블랙이오’ 등 대대적인 초저가 할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2분기 성적표에서 드러난 것처럼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초격차 전략을 수정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이달부터 ‘매일 초저가’라는 콘셉트로 주문량을 크게 늘려 4900원 와인 등 ‘상식 이하 가격’을 표방하며, 마케팅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롯데마트도 통큰치킨 등 1주일 단위로 몇 개의 상품을 지정하고 최저가에 초점을 맞췄지만, 소비자 이탈은 심화된 상황이다. 이에 초이스엘과 같은 기존의 38개 PB(Private Brand) 브랜드를 10개로 압축하고, 각 PB마다 가성비·균일가·품질경쟁력 등의 이미지를 차별화해 충성고객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매장 내 체험형 콘텐츠도 확충해 20~40대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홈플러스는 최저가 전쟁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기능을 결합한 ‘올라인(온·오프라인을 합친 올라운드의 의미)’ 전략으로 수정했다. 전국의 모든 점포에 온라인 물류센터 기능을 장착해 온라인사업을 대폭 확장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또, 유럽 브랜드 중심의 글로벌소싱 상품을 늘려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마트는 초저가 전략을 더욱 견고히 하고, 롯데마트는 PB와 체험형 콘텐츠로 전열을 가다듬었는가 하면, 홈플러스는 온라인 물류와 글로벌소싱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대형마트의 부활과 추락은 닮은 듯 다른 경영전략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결과에 따라 정용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임일순 사장의 책임경영에 대한 평가는 회자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