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車업계 노조, 르노삼성차 사태 떠올려야
[기자수첩] 車업계 노조, 르노삼성차 사태 떠올려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6.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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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1년여간 이어진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생산성 향상에 몰입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업계가 노동조합의 하투(夏鬪) 돌입 여부를 두고 긴장하고 있다.

’하투‘는 자동차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주로 이뤄지는 여름철에 노조가 투쟁 수위를 높이는 하절기 노동쟁의를 뜻한다. 해마다 임단협을 앞두고 노사 간 대립이 고조되며 상투적 표현이 됐다.

특히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위기감이 번지면서 노조의 하투를 두고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30일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노조 측은 올해 4대 핵심 과제로 통상임금 해결, 정년 연장, 파견·촉탁직 해결, 미래 고용 안정 확보 등을 내걸었다.

노조 측은 강한 투쟁을 통해 올해 임단협을 추석 전에 타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다음달 18일 예고된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현대차 노조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임단협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18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임단협 투쟁 조합원 출정식에서 “4차 산업혁명이 와도 구조조정 없이 조합원 고용안정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노동법 개악 저지에 선봉에 서서 총파업 의지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국GM의 경우 하투 돌입에 더욱 적극적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에 돌입하려 했다. 하지만 교섭 장소를 놓고 노사가 견해 차이를 보이며 교섭이 6차례 무산됐다.

노조원들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74.9%로 나타났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중노위가 지난 24일 한국GM 노조 측이 제기한 노동쟁의조정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파업 권한을 포함한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한국GM 노조 측은 “교섭을 진행할 제3의 장소를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할 것”이라면서도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강력 투쟁할 것”이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지속해 온 파업은 노사와 지역경제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 회사의 경영위기에도 지도부의 강경한 입장에 등을 돌린 조합원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르노삼성 임단협은 자동차업계 노사 관계에 교훈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는 르노삼성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되새겨야 한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