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돈은 최고의 종이자 최악의 주인이다”라고 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 없이는 행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돈이 없다면 물물교환으로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문명사회에서 돈은 필수적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것을 꿈꿔봤을 것이다. 영화 ‘돈’(감독 박누리)은 부자가 되고 싶어서 돈의 중심지인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주식 브로커에게 다가온 위험한 제안들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재미삼아 돈을 버는 번호표(유지태 분)는 주식 브로커(류준열 분)에게 위법한 제안들을 한다. 불법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번호표는 결국 수사의 대상이 되어 체포된다. 번호표의 체포와 관련해서 영장주의의 예외인 긴급체포에 대해서 알아본다.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조우진 분)은 검찰청의 수사팀의 일원이 되어 번호표를 잡기 위한 수사를 한다. 수사는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범인을 발견,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 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한다.
수사의 방법에는 임의수사와 강제수사가 있는데, 임의수사가 원칙이고 강제수사는 법률에 규정된 경우만 가능하다. 임의수사는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서 행하는 수사를 말하고 강제수사는 강제처분에 의한 수사를 말한다.
강제수사는 강제처분법정주의가 적용되어 강제처분의 종류와 요건 및 절차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 흔히 보는 강제수사는 영장주의로 나타난다. 영장주의란 법원 또는 법관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에 의하지 않으면 형사절차상의 강제처분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즉, 피의자를 체포, 구속하거나 물건을 압수 또는 장소를 수색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영장주의는 법관의 공정한 판단에 의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강제처분 권한 남용을 억제하고 시민의 자유와 재산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지만 긴급체포나 현행범 체포는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하는 체포로서 영장주의의 예외이다.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발부받지 못하면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어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는 긴급한 상황에 인정된다.
3년 이상의 죄에 해당하는 살인교사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범죄를 저지른 번호표는 도주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 지하철에서 발견된 번호표에 대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번호표에 대한 긴급체포는 적법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내용처럼 성실한 노동으로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부자 되세요’가 덕담이 된 시대다. 돈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지만 행복을 담보하지 못하고 속박이 되기도 한다.
/이조로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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