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어렵다. 우리경제의 주력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물론 정유, 철강 등 모든 산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기적인 불황에 허덕이던 조선업과 중공업의 업황이 살아나고 있다. 업황 회복은 최악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고용시장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한 취업 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조선·중공업 대기업 6개사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희망자를 모집했거나 모집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꽁꽁 얼어붙었던 조선·중공업의 취업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을 모집했고 현대중공업도 올해 상반기 연구장학 및 연구신입 사원을 뽑았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월 말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이미 마쳤고 현대삼호중공업도 올해 상반기 경력직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에는 수요가 발생하는 부서 위주로 경력직을 채용하고 하반기에는 신입사원 공채를 계획하고 있다. 경력직원을 채용한 STX중공업도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1월 기준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조선업 인력 수요 규모가 약 4200명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선업은 특히 거시경제 지표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미·중 무역분쟁이 예상대로 완화될 경우 추가적인 업황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이슈 등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주요 조선국가들의 합병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위기관리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핵심 경쟁국가들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이 우려되는 것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최종 인수하려면 유럽을 포함한 중국과 일본 등 30여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이다.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 카르텔청장은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과 관련해 “시장경제 관점에서 보면 인수합병(M&A)이 기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다”며 “M&A를 통해 (기업이) 침체 상황에서 회생을 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독일 연방카르텔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한다. 향후 경쟁국 기업결합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 이번 합병에 민감한 까닭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핵심 고객사인 선주를 비롯해 조선 기자재 공급사들이 이 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도 조선 빅그룹의 탄생을 경계하기는 마찬가지다.
내달 대우조선해양의 실사를 앞두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두 회사의 신경전이 치열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중공·조선업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