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전 세계적으로 유난히도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나타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7월 한 달 내내 폭염이 지속됐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환경오염문제와도 연관된다.
환경오염은 국경을 넘어 지리적으로 확산됨으로써 전 지구적인 환경과 인간들에게 점점 커다란 피해를 끼치고 있다.
전통적인 정치군사적 안보는 약화됨에 따라 최근 들어 새롭게 대두된 것이 자원 및 환경파괴로 인한 환경안보다.
과거 국제정치의 주요 관심사가 주권 및 영토와 연관된 안보문제였다면 현재는 인권, 민주화, 국민 생존 등과 같은 가치들의 증대와 함께 안보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환경안보의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은 자연재해, 인간유발 자연재해, 위험 및 유독물질의 무역을 통한 이전, 환경침해, 전쟁, 생태 테러리즘 등이다.
환경문제에는 국경이 없는지라 한 국가의 환경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먼저 챙기게 돼 있다.
그랬을 때 환경안보는 국가 간의 갈등으로 발전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두 국가 이상의 환경문제로 인한 피해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준에서 종결 됐다.
그러나 이는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린라운드(Green Round)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린라운드는 환경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각국의 무역 관련 규제나 국제환경협약에 나타나 있는 무역 관련 조치들을 통일시켜 세계무역기구(WTO) 안에서 하나의 환경기준을 만들고, 이에 미달하는 무역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부과 등 각종 제재조치를 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린라운드라는 용어는 1991년 미국의 바우커스 상원의원이 국제환경규범의 협상을 위한 그린라운드의 출범을 제안한데서 유래되었다. 그린라운드는 지구환경보호 또는 각종 상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다자간 협상을 통하여 무역규제조치를 취하려는 국제적인 움직임을 통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환경파괴에 대처하는 구속력을 가지는 환경협약이 체결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각종 환경협약들이 체결됐다.
최근 들어 무역과 환경의 연계가 주요한 쟁점으로 부상하게 된 데에는 3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는 무역과 투자를 통한 각국 경제간 통합의 증대, 둘째는 초국경적이고 지구적 차원의 환경위협에 대한 인식의 증대, 셋째는 환경적 관심의 범위를 공해의 감소로부터 자연자원의 보존으로 확장시킨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출현이 그것이다.
유럽연합은 제품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철강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를 비롯한 기업들은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생산된 개발도상국 기업제품에는 환경상계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의 국제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이미 1995년부터 염화불화탄소(CFC)를 사용한 가전제품, 카 에어컨, 스프레이류의 국제통상은 강력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의 증대로 환경기준의 차이에 따른 상계관세, ISO의 환경기준화 및 국가별 환경관련 무역조치 확대 등이 그린라운드의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무엇보다 탄소배출권(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이 그린라운드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됐다. 탄소배출권은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인 것을 유엔의 담당기구가 확인해 준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청정개발체제 사업은 의무감축국이 비의무감축국에 가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하면 유엔에서 이를 심사·평가해 일정량의 탄소배출권을 의무감축국에게 부여하는 사업이다.
대체로 의무감축국에는 선진국들이, 비의무감축국에는 개발도상국들이 속해있다.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 스스로도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실시해 탄소배출권을 얻을 수 있는데, 한국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1월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한국거래소를 통해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수준이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2018년부터 2020년 배출권 할당량을 기준시점인 2014년부터 2016년에 비해 해당업체들의 배출량도 2.1%를 늘려 잡았다. 이는 탄소배출권 감소와는 정반대되는 정책이다.
기업들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탄소거래소에서 그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사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또한 환경부, 지식경제부 등 탄소배출권과 연관된 정부부처 간에 환경안보 관련 합일된 방안을 마련해야만하고, 거래플랫폼, 결제방식, 배출권 등록시스템 구축 등과 같은 제도를 구축해야 전 세계적 폭염재앙을 막는데 우리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