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인간 최고 실력자 이세돌의 대국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는 같은 해 1월 스위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의 핵심 의제였던 제4차 산업혁명의 신드롬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이후, 이와 관련된 각종 세미나와 정책기조, 출판, 뉴스가 줄을 잇고 있어, 제4차 산업혁명은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이다.
산업혁명을 정의할 때, 제4차 산업혁명은, 최근 급격히 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기술)과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분석 등의 기술혁신과 산업분야 간 융합에 기초한 변화를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각각의 산업혁명을 이끈 기술이다. 제1차는 증기기관, 제2차는 전력과 모터, 제3차는 컴퓨터에 의해 시작됐다. 이 기술들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은 하드웨어 및 다수의 소프트웨어 기술들로 이루어져 있다. 즉, 과거에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술이 같이 발전했다고 한다면, 제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 등 독립적으로 발전해온 기술들이 각 산업과 융합하는 것으로, 기술의 발전이 산업을 앞지른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신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고, 또한 이를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넓은 시야가 필요하므로 현 상황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산업계의 엄청난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의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사회적 문제(수요)의 정의와 샌드박스라고 불리는 테스트베드 확보라는 두 가지 방법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먼저, 현재 우리 사회 및 산업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서 필요하다면 신기술 도입을 검토하는 목적 지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해외에서 새로 등장한 회사에는 이러한 예가 많은데, 에어비앤비(Airbnb) 사는 비어있는 주거시설의 활용 문제에서, 우버(Uber) 사는 택시잡는데 걸리는 시간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그 해결의 실마리를 최신 기술의 도입에서 찾는 시도를 통해 지금의 성공을 거두었다.
다음으로, 테스트베드의 확보다. 샌드박스는 규제가 없는 모래사장을 의미한다. 즉, 아이가 모래사장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개발된 신기술들을 신속 다양하게 시험해 볼 수 있는 낮은 규제의 시험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념은 영국의 금융 당국이 핀 테크의 도입을 위해 처음 시도하였고, 싱가포르,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화려한 신기술에 사로잡혀 어떻게든 활용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가능성이 있는 기술의 산업 활용성을 신속하고 자유롭게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움직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