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출신 기용 여부 주목…이대훈 등 하마평
NH농협금융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감감무소식이다. 차기 지주회장 최종 후보로 올릴 만한 인물을 아직 확정하지 못해서다. 회장 인선이 밀리면서 올해 교체가 확실시되는 은행장 인사도 연달아 미뤄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의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이에 농협금융은 이달 중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CEO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종 후보자 낙점은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 실제 임추위가 이 회장과 이 행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던 2022년에는 12월12일에 회장 후보를, 같은 달 22일 행장 후보를 각각 확정했다.
당초 농협금융 안팎에선 임추위가 늦어도 지난 16일께 주요 CEO 최종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날까지 아무런 발표도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 등이 이어지면서 차기 회장 후보를 선정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회장 인선이 완료되지 않으니 아래 계열사 인사도 줄줄이 지연되는 형국이다. NH농협은행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차기 행장을 정하지 못했다.
농협금융 CEO 인사가 탄핵 정국에 영향을 받는 이유는 농협금융 특수성에 있다.
금융지주가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다른 금융지주와 다르게 농협금융은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가 모회사로 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비상임이사를 통해 농협중앙회장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농협중앙회는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데다, 농협금융은 농협법에 따라 유지되는 특수은행이다.
이에 농협금융 회장은 정권과 관계있는 인사가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2012년 농협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 부문 분리) 이후 초대 신충식 회장과 6대 손병환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회장들은 모두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이니셜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인사다.
이석준 현 회장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영입한 1호 인사였다. 기획재정부 예산 실장과 2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그는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작업에 관여했으며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준수한 경영 실적을 내 연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던 손병환 전 농협금융 회장을 밀어내고 회장직에 올랐다. 윤 대통령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은 새 회장이 취임할 때마다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 나왔다.
그러나 올해는 회장 인사 시기 탄핵 정국으로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돼 정치권 입김이 약해졌다. 후보군으로 점찍어둔 관료 출신 인사들이 고사하면서 회장 후보 선임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에 다시 내부 출신이 기용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과 내부 인사 등 2명이 후보군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은행장 후보로는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 강신노 NH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최영식 NH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