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도 보수' 발언 후폭풍… 與 "모순이다"
이재명 '중도 보수' 발언 후폭풍… 與 "모순이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5.02.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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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민주당의 진보적 영역 담당은 역사적 사실"
與 "국민이 평가하는 것… 방향 깨달았다니 반갑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중도 보수'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당 안팎으로 이념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비명계 잠룡을 중심으로 연일 민주당의 중도 보수화를 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20일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에 출연해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온 것은 역사적 사실로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민주당을 하루아침에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두고 "오랜 역사와 정치적 실천을 통해서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금방 변경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의 정체성과 노선 변경은 당 대표가 일방적인 선언을 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토론을 통해서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복지사회 실현을 이념으로 한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진보를 지향하는 정부라고 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진보적 가치를 갖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잠룡 중 한 명인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NS에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민주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중도 보수의 표도 얻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되고픈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했다.

이어 "이 대표는 당장 '보수정당 발언'을 실언으로 인정해 취소하고, 그동안 독재와 독점에 맞서 싸워온 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모순"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 보수' 발언을 두고 "(이 대표) 본인은 과거 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고 '재벌체제 해체'를 운운하고 당 주류는 과거 운동권 시절 반체제 운동을 해 왔는데 이제와서 오른쪽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수인가, 아닌가 여부는 그동안 축적된 실천과 언행으로 평가받는 것인지 말 한마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이 평가하는 것이지 본인이 스스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고 힐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늦었지만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깨달으셨다니 반갑다"고 비아냥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라며 "국민의힘이 극우 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는데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을 '극우'로 규정하고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jkim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