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투자 열풍은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금융투자업계를 지탱해왔다. 하지만 현재 대내외 증시 불황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차갑게 식히고 있다. 증권가에 불어 닥친 후폭풍은 상당하다. 본지는 국내 15개 증권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한화투자증권은 증시 불황을 빗겨가긴 어렵지만 IB(투자은행)를 중심으로 기업공개(IPO)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활로를 모색할 전망이다.
35년째 한화그룹에서 증권과 투자 업무를 담당해온 ‘한화맨’ 권희백 사장이 5년째 한화투자증권을 이끌어온 만큼 권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 검증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IB 전문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증권통’ 권 사장을 중심으로 하반기 불황 극복에 매진하고 있다.
권 사장은 지난 1988년 한화증권에 입사해 △트레이딩사업부장 △기획관리담당 등을 맡았다. 이후 2015년에는 한화생명으로 잠시 자리를 옮겨 투자사업본부장을 거쳤다.
2년 뒤에는 다시 한화투자증권에 돌아와 경영관리총괄을 거쳤고, 여승주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대표로 승진한 이후 2연임에 성공했다.
권 사장의 2연임은 취임 이후 흑자 전환을 유지해온 경영관리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묻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권 사장 취임 전인 2016년 한화투자증권의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은 1608억원이다. 하지만 이듬해 권 사장 취임 이후 한화투자증권은 2017년 당기순이익 557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724억원 △2019년 986억원 △2020년 671억원 △2021년 1441억원 등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권 사장은 △2017년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RR) 등이 추진한 평택항 물류창고 조성사업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주관사 참여 △2018년 일본 히타치솔루션 타워 B동 빌딩 공동 투자 △2019년 영국 게트윅 공항 지분 인수와 재매각 등 각종 투자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어갔다.
아울러 △토스뱅크 컨소시엄 참여 △두나무 지분 매입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2월 6.14% 지분 매입 이후 9개월 만에 1800%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의 2021년 IB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1.77% 증가한 107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의 흑자 기조 유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증시 불황,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권 사장도 위기관리 능력 검증 무대에 서게 됐다.
◇불투명한 흑자기조…내실 다지기 '속도'
한화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7% 줄어든 299억원으로 집계됐고, 2분기는 순손실 9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에 따른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06억원이다.
이 같은 부진 속에서 권 사장의 텃밭인 IB 부문의 매출은 상반기 기준 6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해 고무적이다.
권 사장은 IB 부문과 부동산 PF, 친환경 에너지 관련 자산 등 대체 투자 성장을 위해 지난해 말 IB 본부에 속한 투자금융사업부를 없애고 △부동산금융사업부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그간 취약 부분으로 꼽히는 IPO 부문에서 실적 회복 준비에 한창이다.
일례로 반도체부품 기업 티이엠씨는 7월 한화투자증권에 대표 주관을 맡기며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티이엠씨가 상장될 경우 한화투자증권으로서는 10년 만에 단독 상장 주관사가 된다.
한화투자증권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ESG 경영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ESG 경영은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등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관심이 높다.
앞서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생명, 한화손보 등은 올해 2월 기업지배구조 확립, 주주권익 보호, 공정한 기업활동 등을 골자로 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했다.
또 해상풍력 개발 전문 업체 지원드스카이와 부산 해운대 청사포 인근에서 추진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 공동 개발을 위한 지분 인수에도 나섰다.
이밖에 이들 금융 계열사들은 올해 7월 1030억원 규모 ‘스마트한화KDB경기탄소중립ESG펀드’를 조성하고 그린 에너지, 탄소 중립 분야 기업 등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베트남, 싱가포르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싱가포르 법인의 경우 앞으로 동남아시아 권역에서 유망한 대체투자상품, 비상장회사 등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체 디지털 역량 강화와 핀테크 기업 등에 대한 투자 활동을 비롯한 ESG 경영 추진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심 서비스 약속…전산 장애 '이상 무'
최근 증권사들의 전산 장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은 권 사장 부임 이후 매년 전산 운용비를 확대 집행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한화 플러스 제2호 스팩’ 청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거래 시스템상 입출금 지연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은 이체에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산 오류로 당일 청약 마감 시간도 1시간가량 지연됐다.
권 사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직접 공식 사과문을 통해 “고객들께 큰 불편을 끼치게 됐다. 이번 전산 장애를 계기로 IT(정보통신기술) 관련 인프라를 더욱 확충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매년 증권사의 전산 장애 관련 민원이 속출하고 있지만 한화투자증권은 관련사고 이후 전산 장애 관련 민원은 0건에 불과하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전산 장애 관련 민원은 지난해 7월 발생한 민원 단 1건이다.
세부적으로 전산부문 투자는 2017년 163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167억원(2.45%↑) △2019년 172억원(2.99%↑) △2020년 188억원(9.30%↑) △2021년 200억원(6.38%↑) 등이다. 올해 2분기까지 총 105억원을 투자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관련 사태 이후 내부에서 전산 보안과 관련한 권 사장의 발언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전산 시스템 오류 등에 지시한 부분이 있다”며 “전산 운용비를 확대 집행하는 등 전산 시스템 보안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 9월13일 열네 번째 시리즈는 하나증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