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재의요구권' 의결… "기업 경영에 영향"
野, 총리 공관 찾아 '규탄'… '연금법 개정안'은 공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1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은 "역대 최악의 총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상법개정안에 대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7번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41번째 거부권이다.
그는 "정부가 재의 요구하는 법안과 정부가 제시한 대안을 함께 놓고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해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한 대행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결정이 무엇인지 법문상으로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은 "기본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일반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경영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일반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행은 그러면서 모든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상법 개정이 아닌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정부는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기업의 합병·분할 등 일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이 큰 자본거래에서 보다 실효성 있게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상장회사 중심으로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행이 정착되고 관련 판례도 축적돼 가면서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시한 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을 거론하면서 "할 일은 미루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하는 '청개구리 총리'"라며 "역대 최악의 총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 대행이 직무에 복귀하자마자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기는커녕 혼란스럽게 하는 선택부터 했다"면서 "민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상법 개정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앞을 찾아 한 대행을 규탄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환영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에서 개최한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안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시킨 뒤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더불어민주당과 적극 협상하겠다"며 "자본시장법을 통해 상장기업만 규율해 부작용이 있는지 살펴본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편 한 대행은 이날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한 대행은 "모수개혁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우리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연금 재정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청년층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주 국회에서는 구조개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정부도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