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역이용 유통업계, 이미지까지 추락…이커머스로 변화 기대감
코로나 헤쳐나간 재계, ESG‧탄소중립 산 만나…총수들 친환경 '맞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년차를 맞은 2021년 산업군은 명확하게 희비가 갈렸다. 코로나19와 손을 잡은 기업은 크게 웃으며 기회를 잡았다. 반면 코로나19를 역으로 이용하려 한 기업은 철저하게 심판을 받았다.
올해 산업계는 코로나 1년차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휘청거렸던 경제는 올해 한국 수출 최대 실적으로 바꿔 놨다. 또 2020년 기업 고난의 행군은 2021년 새로운 사업모델을 탄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위기를 터닝 포인트로 삼은 것이 주효했다.
실제 IT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메타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통해 산업계 전체 업무 일상 자체를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IT업계는 비대면 문화를 이끈 주역으로 각광을 받았다.
롤러코스터를 탄 게임업계는 코로나19를 과금으로 잘못 이용해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 전략을 즉각 꾀하며 다시 기회를 잡게 됐다.
재계에선 일상 속 코로나 기조로 헤쳐 나갔음에도 ESG(환경‧사회‧기업구조)와 탄소중립이란 또다른 높은 산을 만났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총수들은 무게를 잡던 아버지 오너 세대와 달리 함께 손을 맞잡았다. 그룹 친환경 경영을 위해 손을 잡은 모습에 ‘수소 어벤져스 총수팀’이란 수식어까지 붙었다.
반면 코로나19 고통을 역이용하려 했던 일부 유통‧식품기업은 역풍을 그대로 맞았다. 실제 발효유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가 발표한 N기업은 완전히 무너졌다.
또 유업계에선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표현 방식의 광고를 내보내 맹비난을 받았다. 이에 더해 유통업계 전반에 걸친 ‘젠더 혐오’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크게 받았던 유통업계는 이미지까지 부정적인 색깔을 입으며 추락했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이커머스 시장은 유통업계의 새로운 변화를 알렸다. 네이버, 신세계, 쿠팡이 새로운 유통 강자로 떠오르며 이미지 변신 기대감을 높였다.
이외에도 코로나19 시국에 LG 스마트폰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는 코로나19 여파에 올해도 새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모두 내년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올 한해 업종별로 울고 웃었던 산업계 이슈 ‘톱(Top)10’을 신아일보가 뽑았다.
1. ‘ESG’‧‘탄소중립’이 불러낸 총수들…‘수소 어벤저스’ 결성
ESG(환경‧사회‧기업구조)와 탄소중립이 올해 기업경영 방향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기업들은 친환경·사회공헌 사업을 벌이며 ‘ESG경영’ 가속화에 집중했다. ESG는 기업 평가 기준으로 급부상했다. 30대 대기업 그룹은 환경부문에만 15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을 법으로 규정하면서 기업들 사업방향도 바뀌었다. 2050년 국내 탄소배출량은 ‘0’으로 정해졌다. 초비상이 걸린 철강·화학·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모든 그룹들은 대안을 ‘수소’로 모았다.
이는 10대그룹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지난 9월 정의선 회장을 정점으로 최태원, 신동빈, 최정우 등에 더해 김동관, 허세홍, 정기선, 이규호 등 후계자들까지 뭉쳐 ‘수소 어벤저스’를 구성했다. 이들은 각각 수소 생산, 저장, 운반, 충전, 활용 등 각각의 임무를 나눴다. 다만 한국을 대표하는 쌍두마차 이재용과 구광모만 빠졌다.
2. ‘요소수’ 대란, 전국 공포…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절실’
중국발 요소 대란이 국내를 덮쳤다. 중국은 자국 내 석탄·전력난으로 요소 물량이 부족해지자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며 요소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디젤 화물차량 운행에 필수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며 전국을 공포로 몰았다.
정부는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일본 등 제3국을 통해 요소 물량을 확보하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산업 원자재 단일 공급망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월 단일국가 수입 비중 의존도 80% 이상 품목은 3441개다. 이중 1850개(46.9%)가 중국산이다.
요소를 비롯해 우리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품목은 수천여개에 달한다. 이번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마그네슘·텅스텐·네오디윰 등 우선관리품목 20개를 선정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3. 유업계 잔혹사…불가리스‧젖소로 고개 숙인 ‘남양유업·서울우유’
남양유업은 지난 4월 ‘불가리스 사태’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2013년 ‘대리점 갑질’에 이어 이미지가 또다시 실추됐다. 오너 홍원식 회장이 공식 사과를 하고 ‘경영권 매각’이란 초강수를 던졌다. 홍 회장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주식 양수 계약까지 맺었지만 돌연 매각을 결렬시켰다.
이어 홍 회장 일가는 새로운 경영권 매각 주체로 대유위니아그룹을 선택했다. 한앤코와는 소송전에 돌입했다. 남양유업은 소비자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3분기 누계 58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 임직원과 대리점주, 낙농가 등이 입었다.
유업계 1위 서울우유는 최근 유튜브 광고에서 여성들을 젖소로 변하게 하는 내용을 담아 큰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내용은 BBC 등 외신에서도 보도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4. ‘아시아나-대우조선-쌍용차’ 빅딜 모두 불안, 다시 내년으로
중후장대 인수·합병(M&A) 빅딜은 모두 내년으로 미뤄졌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유럽연합(EU) 등 주요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받지 못했다. 국내에선 공정위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정위가 해외 경쟁당국 심사결과를 참고하기 위해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의 M&A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올해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심사 기간을 미뤘기 때문이다. 다만 EU 집행위가 지난달 심사 재개를 공지해 앞으로 M&A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쌍용자동차는 우여곡절 끝에 에디슨모터스가 인수하기로 했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인수금 삭감 요구에 시간이 지체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매각 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과 이달 중순 인수대금 51억원 삭감에 합의했다. 회생계획안 마련은 내년 1월을 넘길 전망이다.
5. ‘메타버스’ 열풍…IT 넘어 산업계 속속 도입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주류로 떠오르면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열풍이 불었다. 메타버스는 5G(5세대 이동통신)와 증강·가상현실(AR·VR), XR(가상융합기술) 서비스를 등에 업고 IT·게임 기업을 넘어 교육, 채용, 유통업계 등 산업계 전 분야에 도입됐다.
네이버가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전 세계 이용자 수만 2억5000만명이다. SK텔레콤 '이프랜드'는 VR기기 버전과 해외 출시를 준비 중이다. 컴투스는 2023년까지 일·생활·놀이를 모두 결합한 올인원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일반 기업들도 메타버스에서 업무나 마케팅 활동, 신입사원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인크루트 설문 조사 결과 국내 대기업 39곳 중 과반인 23곳(59%)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6, ‘아듀 LG폰’ 구광모 결단, 스마트폰 접고 가전·전장 집중
LG전자는 지난 7월 휴대전화 사업을 종료했다. 1995년 ‘화통(話通)’으로 관련시장에 진출한 후 26년 만이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과거 초콜릿폰 등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스마트폰으로 전환이 늦어지며 경쟁에 뒤쳐졌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후 2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작년 말까지 약 5조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LG전자는 휴대전화 대신 전장(VC)사업에 집중한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전장사업은 올해 매출 8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이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인공지능·로봇·전장 등 신사업에 집중하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전략과 맞닿아있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LCD 편광판(LG화학)을 비롯해 △수처리(LG전자) △전자결제(LG유플러스) 매각 등을 결정했다. 또 신사업을 목적으로 로봇사업센터을 설립했고 관련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도 진행했다.
7. 네이버·신세계·쿠팡 이커머스 3강…1세대 역사 속으로
2021년 국내 이(e)커머스 시장은 격동기였다.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네이버, 신세계, 쿠팡이 새로운 3강 체제를 구축했다. 네이버는 검색 기능을 기반으로 쇼핑 플랫폼의 입지를 넓혔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며 한 축으로 성장했다. 쿠팡은 로켓배송 등 물류 인프라를 앞세워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이커머스 초창기 시장을 이끌던 1세대 기업들은 존재감을 잃었다. 이베이코리아·인터파크·다나와 등이 새 주인을 찾아갔지만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네이버·신세계·쿠팡 외 컬리·카카오·롯데온 등 후발주자들이 자본력을 토대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또 2세대로 분류되는 11번가·티몬·위메프 등도 각각의 개성을 살릴 서비스와 시스템으로 반등을 노린다.
8. 식품·외식업계 ‘젠더 혐오’에 몸살, 잇따른 사과·사퇴
유통업계 전반에 ‘젠더 혐오’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젠더 감수성과 마케팅 재정비에 대한 경종이 울렸다. 논란의 시발점은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다. 일명 ‘남혐(남성 혐오) 손가락’ 포스터가 젠더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불매 조짐까지 일었다. 편의점 사업을 총괄한 조윤성 당시 사장은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최근 임원인사에서 퇴진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이벤트 이미지의 집게손가락 모양이 남혐 논란에 휩싸이며 조만호 대표가 자리에 물러났다. BBQ치킨은 메뉴 주문화면에 소시지를 집고 있는 손가락 이미지에 대한 혐오 의혹이 생기자 부랴부랴 임직원 명의로 사과하고 관련 이미지를 삭제했다. 동서식품이 판매하는 스타벅스 RTD(Ready to Drink, 즉석에서 마시는 음료) 제품도 이 같은 논란에 홍역을 앓았다.
9. 이재용 가석방, ‘뉴삼성’ 가동…후계자들 ‘세대교체’ 속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초 법정 구속되며 수난을 겪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8월 가석방됐다. 옥중에서 풀려난 이 부회장은 ‘뉴삼성’을 앞세웠다.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삼성 변화의 시작은 ‘젊음’이었다. 오너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 성공 주역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3040 젋은피로 삼성을 이끌게 만들었다.
삼성의 젊어진 인사는 국내 모든 그룹으로 퍼져 나갔다.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모두 인사쇄신에 나서며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40대 CEO와 30대 임원이 속출했다. 한층 젊어진 총수들에 맞춰 10년 이상을 함께할 인사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얼굴을 잘 내밀지 않던 2~4세 후계자들은 올해 속속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경제를 끌어올린 그룹 1~2세들은 완전히 막을 내리며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10. 게임 수익모델 체인지…돈버는 게임 ‘P2E’ 시대 도래
게임업계 패러다임이 돈 쓰는 게임 'P2W'(Pay to Win)에서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로 변화했다. 게임사들은 P2E를 활용한 수익 모델(BM) 만들기에 한창이다. 기존 게임은 이용자가 아이템이나 게임 내 재화를 구매하는 과금 모델이 주류였지만 지나치게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에 치중해 논란이 커졌다.
게임업계는 P2E를 대안으로 꼽았다. 시작은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버전이다. 미르4는 블록체인과 NFT(대체불가토큰) 기술을 접목한 P2E 게임으로 전 세계 동시 접속자 수 130만명을 돌파하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P2E 게임의 열풍으로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컴투스 그룹 등 각 게임사가 도전장을 내밀고 잇따른 출전을 예고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과 NFT거래소 구축으로 P2E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