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반사 효과 봤나?… 지지율 반등해 30%대로
"21대 국회, 생산성 없어… 李 '정면 승부'가 출구전략"
이제는 총력전이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닌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야당이 응전 태세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규탄대회는 물론 장외 여론전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당대표 지키기'에 들어갔다.
◇이재명 "나 말고 물가부터 잡아라"
"야당 대표니까 구속? 황당한 나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도 정적 제거, 야당 탄압 등의 프레임을 짜 왔지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이전보다 자신의 입장을 적극 표명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력놀음에 민생 망치는 줄 모르는 윤석열 정권이다. 이재명이 아니라 물가부터 잡으라"며 "민주당은 검사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 '윤석열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 등을 잇달아 열며 전선을 더욱 확실히 했다.
이 대표는 긴급 연석회의에서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범죄자들이 '내가 이런 범죄 하느라 시장한테 보고하고 승인받았다' 이런 황당무계한, 검찰에 포획된 궁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 증언과 진술을 갖고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면서 "재판에서 내가 얼마든지 사실을 규명할 수 있지만, 이걸 표적 삼아서 야당 대표니까 구속해야 된다고 구속영장에 써놓는 이런 황당한 나라가 어디에 있나"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파괴이고, 헌정질서의 파괴이고, 민주공화국의 전도"라며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곧추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규탄대회에서는 "국민과 역사를 무시하지 말라. 그깟 5년 정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나"라면서 "전 세계가 미래를 향해 쉼 없이 뛰고 있는 지금, 검사독재 정권은 무도한 법치 파괴로 국민의 삶을 발목잡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저들이 흉포한 칼춤에 정신이 팔려있을자리도 나와 민주당은 굴하지 않겠다. 국민의 고통을 덜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주술의 나라, 천공스승 아니면 검찰에 물어봐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배당금을 지분 아닌 확정액으로 약정했으니 배임죄'라는 검찰 주장대로라면 부동산 경기 호전시는 유죄, 악화시는 무죄"라며 "확정액 아닌 지분으로 약정하면 반대로 경기 악화시 배임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결국 유무죄가 알 수 없는 미래에 달렸다. 합리적 예측이 불가하니 주술사나 검찰에 의지해야 한다"면서 "이제 대한민국 정책 결정자들은 결정 전에 주술사나 검찰에 물어봐야 한다. 예측이 틀리면 언제든지 검찰에 의해 감옥갈 수 있다"고 비꼬았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튿날인 이날 연달아 검찰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 주목된다.
◇'이탈표 28석' 시 체포동의안 가결
단속 나선 민주당… 단일대오 굳건히
민주당은 당 차원의 대응도 강화, '단일대오' 기조를 더욱 굳히는 모습이다. 이는 혹시 모를 이탈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현역 의원인 이 대표는 국회가 열려 있는 동안 불체포 특권을 적용받는다. 즉, 이 대표를 체포하기 위해선 법무부가 국회에 체포 동의안을 보내고, 의원들의 의결 결과에 따라 가·부결이 가름난다. 재적의원(299명)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 가결 요건으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부결된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4일 국회에 보고, 25~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대척점에 서 있고, 정의당은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을 것을 종용하며 '가결' 당론 채택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제일 많은 의석수(169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이지만, 당내서 28석의 이탈표가 나올 경우 체포동의안은 가결된다. 일부에서 이 대표가 직접 영장실질심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더욱 철저한 내부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의 유례 없이 무리한 영장 청구는 윤석열 검사 정권의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배경은 △대선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이 대표에 대한 치졸한 복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 추진 물타기 △윤석열 정부의 무너진 국정 운영 지지율 만회 △총선 전략 등이라고 봤다.
그 뒤 "여당·정치검찰·대통령실의 삼각 공조로 검사독재 정권 시대를 알리는 알람"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사견을 전제로 '방탄하면 영장 한 번으로 안 끝낸다'고 했다는 한 언론의 인용 보도를 두고 대통령실이 수사 불개입과 정치적 중립 원칙을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해당 발언은 수사 불개입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실에서는 나와서는 안 될 발언"이라고 규탄했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이 불법적으로 검찰권 행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자백이자 정권 차원의 정치 공작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개입했음을 자인한 거고, 살라미 영장 청구로 이 대표를 망신 주라고 검찰에 하명한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나서 정적 제거, 사법살인을 위해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니 천인공노할 일이다. 야당 대표를 수사하고, 포토라인에 세우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전대미문의 야당탄압이 대통령실의 하명 수사임이 명명백백해졌다"고 힐난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해당 보도와 관련,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이 대표 수사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이 없단 게 공식 입장이다"고 일축했다.
◇체포동의안 통과 49% vs 반대 43%
野, 민심 잡기 위해 대규모 여론전 나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도 비등하게 나뉜다.
여론조사공정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을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물은 여론조사 결과를 전날(16일)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 목적이기 때문에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43.6%,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이기 때문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49.2%로 각각 집계됐다.
두 의견 사이 격차는 5.6%p로, 통과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지만 큰 차이는 없는 모습이다. '잘 모르겠다'는 7.2%였다.
결국 중요한 건 여론이다. 민주당 역시 이를 인지하고 대규모 여론전에 돌입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만약 지금 검찰이 구성한 저 논리대로 이재명 전 성남시장 자격으로 한 걸 처벌한다면 전국에 용도변경해서 개발허가해 준 단체장 중 70%가 같은 혐의로 처벌받아야 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과반수가 훨씬 넘는 당의 대표를 저렇게 무자비하게 탄압, 표적 수사 몇 년 간 해서 꼭 구속 기소할 필요가 뭐 있나. 기소해서 재판부,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보면 되지 않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딱 하는 일이라고 하는 건 국민의힘 전당대회 윤핵관들 시켜서 대통령이 직접 간섭하는 것, 그다음에 이재명 죽이기 딱 두 개 아니냐. 그 다음에 하는 게 뭐 있냐"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김남국 의원, 서영교 의원 등 일명 '친명계' 의원들과 당 지도부까지 모두 스피커를 자처했다.
◇與 "李, 직접 영장실질심사 나가면 돼"
尹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긍정↑ 부정↓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게 '방탄'을 위한 불체포 특권을 받지 말고, 직접 영장 실질심사에 나가라고 압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까지 역대 제1야당 대표 중에서 이렇게 문제가 많은 분을 본 적이 있나"며 "구속영장 내용을 보면 워낙 복잡하고 어마어마한 큰 것들이어서 우리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걸 갖고 민주당이 무슨 규탄대회를 하느니 (하는데), 사법적 진실이 규탄대회로 가려지거나 변동되는 건 아니지 않나"며 "법조인답게, 또 큰 정치인답게 당당하게 대한민국 사법절차에서 판단 받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 헌정 역사에 이런 사건, 이런 정치인이 있었나 싶다"면서 "이 대표는 지금까지 본인의 범죄혐의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거짓말과 방탄 국회, 궤변으로 점철된 이 대표는 희대의 부끄러운 정치인의 표상이 됐다"고 지탄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 측이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들을 대상으로 '검찰이 주장하는 구속의 필요성에 대한 반박'이라는 자료를 돌렸다고 한다"며 "이 자료에서 이 대표는 죄가 없고, 구속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나같이 이 대표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나가서 하면 될 말들"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죄가 없고 당당하면 약속한 대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 검찰 수사와 영장청구의 부당성을 판단 받으면 쉽게 끝날 일"이라고 반론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을 겨냥해 "자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민주당의 억지 생떼가 점임가경"이라면서 "민생이 정상화되려면 정치 방탄을 위해 대표 개인의 로펌으로 전락한 민주당부터 정상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반등,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14~1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5%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지난 7~9일)보다 3%p 오른 결과다. 조사 기간에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일(16일)이 포함돼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것이 다소나마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떄문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1%p 내린 58%였다. 긍·부정 평가 간 격차는 23%p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지난 조사 동률), 더불어민주당 30%(1%p↓), 무당층 28%, 정의당 5% 등이었다.
기사에 인용된 모든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1대 국회, 민생 없고 정쟁만 가득 차
李 사법 절차 남아 앞으로 더 격화할 듯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검찰 사이 갈등은 '정국 블랙홀'이 돼 모든 이슈를 흡수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일명 '3고(高) 현상'과 공공요금 줄인상 등 여러 가지 민생 경제 현안이 있지만 정쟁에 가로막혀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가 주요 골자인 양곡관리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안전운임제'와 '추가연장근로제' 등 일몰법안까지 다양한 쟁점 법안도 뒷전이다.
여야가 정쟁으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니 대화나 협치의 창구도 닫힌 상태다. 대통령실 역시 야당과의 소통은 전무하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몇 차례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다.
여야 간 정쟁은 국회에서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부결 결과와 관계없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곧 국회가 끊임없는 정쟁의 쳇바퀴를 돌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21대 국회는 사실상 기본적인 입법이나 예산 활동 외에는 정쟁이나 '이재명 리스크' 때문에 생산성이 거의 없다는 오명을 받을 거다. 최악의 국회"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출구 전략은 '정면 승부'라고 봤다.
이 교수는 "(이 대표는) 정치 공세, 정적 제거의 희생양이고 검찰 조사 결과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불체포 특권을 활용 않고 영장실질심사를 가는 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 아니겠나"며 "당, 당원, 지지자들의 부담을 더는 행위"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