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와 업종 달라, 알파벳 2자 독점 못해"
한국국토정보공사가 LG그룹과 ‘LX’ 상표권 관련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LG그룹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상표 디자인부터 다르고 민간기업과 공기업 간 업종도 혼동될 우려가 적다는 주장이다. 다만 LG그룹은 대화를 통해 현안 해결 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국토정보공사는 ‘LX’를 신설지주사 상표로 정한 LG그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LG그룹은 다음 달 초 출범하는 신설지주사명을 LX홀딩스로 확정하고 지난 2월 ‘LX홀딩스’를 포함해 계열사 상표를 출원했다.
이에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이달 초 강력대응을 예고한 뒤 지난 14일 LG그룹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LG그룹의 ‘LX’ 상표권 출원에 대해 “공공기관 신뢰성, 공신력 하락과 국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우리가 쌓아온 ‘LX’ 브랜드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LX라는 새로운 영문 CI를 공개하며 ‘LX대한지적공사’, ‘LX한국국토정보공사’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LX’로 상표권을 신청하진 않았고 지난달 LG그룹이 ‘LX’ 상표권을 출원하자 뒤늦게 신청한 상태다.
LG그룹은 이에 대해 출원한 상표의 디자인은 물론 사업영역, 기업성격 등이 확연히 달라 LX 사명과 상표 사용에 지장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사업과 국가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는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반면 LX홀딩스는 자회사 경영관리, 브랜드 관리 등을 주로 영위한다. LX의 자회사들도 종합상사업, 물류, 반도체 설계, 화학소재업을 중심으로 한 B2B(기업간거래) 기업이다. 인테리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자인 LX하우시스의 경우도 2006년부터 자체 하위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인지도를 축적했다.
법조계에선 LG그룹의 우세를 점친다.
상표법상 알파벳 두 자로 구성된 상표는 도형 또는 독특한 필체 등을 더해 식별성을 갖춰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파벳 두자를 특정 업체가 상표로 독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 따르면 ‘LX’라는 알파벳 철자가 포함된 등록상표 수는 271건이다. 그 중 ‘LX’로만 등록된 상표는 총 6건이다. 출원자는 루이비통을 비롯해 애틱 투 쥬 아이앤씨, 중국 펌프회사 등으로 각기 다른 상표디자인을 내세웠다.
LG그룹의 경우 다른 곳에서 ‘LG’라는 문구를 상표 등록한 사례도 있다. 랜드웨이스포츠, 로가 테크놀로지 등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LG’ 상표권을 등록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 수요자들에게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측량사업자인 ‘지적공사’, LX홀딩스는 ‘LX그룹’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관념도 달라 유사한 이름과 상표로 오인하거나 혼돈될 우려는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