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콩코드 광장과 지방소멸
[시선과 창] 콩코드 광장과 지방소멸
  • 신아일보
  • 승인 2025.04.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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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김영우 회장

콩코드 광장에 담긴 공화정 철학과 지역 균형 상징
위기의식 없는 한국, 공공선 관점서 접근해야
 

파리의 콩코드 광장은 프랑스 근대사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오늘날 관광지로서 이름이 높지만 원래 이곳은 1755년 루이 15세가 자신의 기마상을 만들고 국민들의 의견을 들기 위해 광장을 꾸몄다. 하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군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4년 뒤 이 광장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참수되는 현장이 됐다. 몇 차례 이름을 바꾸다가 1830년 7월 혁명 때부터 콩코드(Concorde) 광장으로 불리게 된다. 

콩코드는 화합, 조화, 일치를 뜻하는 단어로 어두운 역사를 넘어 화합과 평화를 담고자 하는 국민의 염원을 담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 정치는 정치적 격변기에 따라 군주정과 공화정, 제정의 혼란이 지속됐다. 계몽주의 철학자 쟝 자크 루소는 자유와 평등은 양립이 가능하고 평등 없이는 자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화정을 주장했다. 그의 영향으로 프랑스는 근대국가로서는 처음 1830년 공화정을 도입했다.

원래 공화정은 고대 로마 정치가 키케로의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화주의(Republique)의 어원은 국가를 ‘공공의 것(Res Publica)’이라는 관점에서 본 것으로 ‘공공선(Common Good)’을 강조한 것이다. 당시 정립된 공화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경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는 좋은 공동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치철학을 담고 있다.

공화정을 도입했지만 프랑스는 군주정의 병폐였던 중앙집권 현상이 오히려 심화됐다. 공공선을 강조했던 프랑스 정부는 1836년 콩코드 광장을 새롭게 조성하면서 지역의 균형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8개 도시를 상징하는 조각상을 만들었다. 당시 유명 조각가들이 제작한 여신상은 리옹, 마르세이유, 보르도 등 8개 지방 거점도시를 상징하며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 지역의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덕분인지 프랑스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아직도 유효하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 보자. 한국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5173만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0.2%)이 감소했는데 이는 정부수립 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불과 40년후에는 4000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니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심각한 중앙집중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수도권에는 국가 경제의 70% 이상이 집중돼 있어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올라오게 되어 지방소멸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사람이 줄어드니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교육과 의료 등 인프라가 무너지며 주민의 삶의 질은 갈수록 악화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 다양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심지어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2014년 일본의 지방소멸을 경고했던 마쓰다 히로야 전문가는 “10년간 지방정부들은 이주자를 서로 뺏어 오는 경쟁을 했고 그 과정에 막대한 재정을 지출했지만 지방소멸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근 그가 평가한 한국의 지방소멸에 대해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는 우리 현실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콩코드 광장이 시사하는 정치적 화합은 물론 지방소멸문제를 공공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 김영우 (사)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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