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건강관리, 비용 아닌 투자 인식전환 절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죄가 선고된 날(3월2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재명 대표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진이 화두로 떠올랐다. 1주일 전인 3월20일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싸피) 서울캠퍼스에서 이 회장과 이 대표가 만난 날 찍힌 사진이다. 누리꾼들은 ‘삼성 정보력의 재판결과 예측 성공’, ‘삼성의 대단한 선경지명’ 등 이 회장과 이 대표의 만남을 새롭게 조명했다.’
사진은 의도하는 바대로 편집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말이 나온다는 자체를 다르게 해석하면 기업인들이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하루 전날인 3월25일엔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고(故) 한종희 부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인은 갑작스러운 심정지다. 하지만 그 전주 주말 건강 이상을 느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진 만큼 그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핵심적인 인사다. 자타공인 TV 개발 전문가로 삼성전자 TV 사업의 19년 연속 세계 1위 기록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과 주가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누적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3월19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한 부회장은 주주들 성토에 휩싸였다. 한 부회장은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공식적인 마지막 육성 메시지가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이에 앞서 3년 전 또 한명의 기업인 작고 충격을 받은 바 있다. 한국 게임산업을 태동시킨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다. 그는 2022년 3월 54세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넥슨그룹 측은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 최근 들어 악화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기업인들의 우울증과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줬음에도 불과 3년 만에 기업인의 큰 별(한종희 부회장)이 또 지게 됐다는 점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현직 총수의 별세에 이어 국내 1위 기업 현직 CEO의 별세라는 점은 너무 큰 충격이다. 개인의 죽음을 넘어 각각 게임산업과 삼성전자의 미래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들의 업적과 리더공백, 경영우려 등에만 여론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기업인들에 대한 건강관리와 스트레스 문제에 대해 지적한 여론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CEO 공백 속 기업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가 실질적으론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강염려와 스트레스로 인해 핵심인재를 잃지 않기 위한 예방이 먼저 이뤄진다면 경영공백 우려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계기로 김정주 창업자 작고때 경각심만 환기시킨 ‘건강경영’을 기업들과 정부는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기업의 경영진, 임원진 뿐 아니라 현장에서 발로 뛰는 실무 직원에 대한 건강까지 챙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아직까지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직원 건강관리 비용까지 부담하기는 싫어하는 모습이다. 직원들이 병들면 대체되는 소모 존재로 인식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기업들은 직원 건강관리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해야 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건강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과 세제 인센티브로 유도해야 한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고 생산력도 부족하다. 오직 인재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경제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인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제2의 김정주‧한종희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아픔을 교훈 삼아 기업들은 ‘건강경영’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직원이 건강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작업장 활력도 생긴다. 이에 더해 기업 이미지까지 좋아져 인재 유치에도 이익이 생긴다는 점을 자각하길 바란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