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영향 축소시키려 해… 美, 尹 '핵무장' 발언 민감"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에 등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여야는 연일 네탓 공방에만 몰두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월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및 기타지정 국가(SCL)'에 포함했다. SCL 리스트에 오르면 미 에너지부 관련 연구기관 근무나 연구 참여 시 보다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국, 북한, 이란,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2기 출범 시작부터 관세 정책이 쏟아지면에 이에 따른 대응도 벅찬 상황에서 추가적인 리스크가 발생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특히 집권 여당은 야당에 책임을 돌리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이 사태는 민주당의 '줄탄핵'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반미 성향' 때문이며, 나아가 민주당이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비상계엄 사태'와 '핵무장론'에 연결 지으며 정쟁을 확산시키고 있고, 정부의 외교적 대응을 지원하기보다는 결국 탄핵 정치를 완성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이러한 사실에도 민감국가 지정 원인이 '계엄 때문이다' '핵무장론 때문이다'와 같은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을 펴며 정쟁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화살을 민주당에 돌렸다.
이어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미국은 지금 민주당의 근거 없는 음모론이 아닌 민주당의 친북, 친중 행태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만약 아직까지 민주당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민주당은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국민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미국 조야에 팽배해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걱정 어린 시선부터 불식시키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시장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이 주장하는 우리당의 핵개발론 탓보다는 오히려 민주당이 추구하는 친중반미가 더 크게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권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참사'라는 입장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의 연이은 핵무장 발언이 주요 배경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감국가 지정을 둘러싼 내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점입가경"이라며 "두 달간 모르고 있다가 이제 와서 고작 한다는 변명이 '외교 정책상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민감국가에 포함된 적이 있다'라며 사안을 축소하는 것인가"라고 힐난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민감국가 리스트를 보면 러시아, 북한, 시리아, 이스라엘 등 핵비확산 조치를 어기고 있는 나라들"이라면서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 문제로 대한민국을 리스트에 올렸다는 외교부 발표를 솔직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무능한 외교부가 뭔가 영향을 축소시키려고 하고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외교부가 두 달 동안 이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 건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질타했다.
이재정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외교와 안보를 비중 있게 다루는 미 상원의원들이 전한 내용이라며 "윤 대통령이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뒤 미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해왔다"고 언급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부는 변명과 왜곡, 물타기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여당은 한술 더 떠 민감국가 지정이 윤석열 정부의 실책과 핵무장론 때문이 아니라, 야당의 '줄탄핵이 야기한 정치적 혼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여야 국정협의회에서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외통위 등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앞서 외통위는 오는 24일 오후 외교부를 상대로 현안질의를 진행하기로 전날 결정했다. 여야는 외교부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한 경위와 대응 방안 등을 질의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