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중심 리테일 재편…'턴어라운드' 정조준
'버티컬·타임마케팅·슈팅배송' 강화…매각 관심↑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쿠팡의 독주 속에서 G마켓(옥션 포함)·11번가·롯데온 등이 격차 좁히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새벽배송 시장을 연 컬리는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리를 비롯한 대규모 중국자본의 침투가 예사롭지 않다. 본지는 쿠팡·G마켓·11번가·롯데온·컬리 등 대표 이커머스들의 경쟁력 현황과 함께 해소해야할 이슈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11번가는 성장을 동반한 수익성에 방점을 찍고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11번가는 올해를 내실화와 외형 확대를 모두 이루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매각 이슈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2025년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는 ‘건강한 성장’이다.
이는 2022년 말 공동대표로 선임된 데 이어 지난해 말 단독대표가 된 안정은 사장이 ‘2025년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제시한 후 꾸준히 강조해온 부분이다. 안 사장은 지난해 초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견조한 고객 트래픽 기반의 성장모델과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통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수익성 기반의 건강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피력했다.
11번가는 2024년 1~3분기 5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910억원)와 비교해 42.4% 줄어든 수치다. 오픈마켓사업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그 해 1월부터 11월까지 11번가의 누적 영업손익도 전년 대비 250억원 이상 개선됐다. 다만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4278억원으로 전년(6016억원)보다 28.9% 감소했다.
11번가는 희망퇴직·내부인력 전환배치·사옥이전 등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거둔 성과라고 자평했다. 특히 11번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픈마켓사업을 중심으로 흑자 체질로 전환하는 데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매출 축소와 관련해서는 리테일(직매입)사업 효율화 작업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11번가는 현재 수익성을 갖춘 품목 중심으로 리테일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11번가는 올해 버티컬 서비스와 특화전문관 경쟁력 강화, 합리적 가격과 빠른 배송을 통한 고객만족 실현 등 ‘성장 플라이휠(FlyWheel)’ 전략 고도화로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전략은 △상품 △가격 △트래픽 △배송 △편의성 등 이커머스 핵심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11번가는 △식품-신선밥상·간편밥상 △명품-우아럭스 △유아동-키즈키즈 △리빙-홈즈 △트렌드 패션-#오오티디(#OOTD) △중고-리퍼블릭 등 잠재력이 큰 카테고리 육성에 속도를 낸다. 또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희소성 등 최신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특화전문관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특화전문관으로는 △9900원 이하 상품을 모은 ‘9900원샵’ △국내 미출시 음료를 선보이는 ‘아마존 신상 자판기’ △소비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높은 할인율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임박마켓’ 등이 있다.
11번가는 대표적인 프로모션 ‘십일절’은 물론 지난해 9월 론칭한 초특가 쇼핑코너 ‘10분 러시’ 등 가격혜택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겨냥해 마케팅 화력을 집중한다. 이와 함께 내일도착 서비스 ‘슈팅배송’의 효율적 운영·성장에도 매진할 예정이다. 자체 물류센터와 판매자 물류센터를 활용해 배송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으로 다른 플랫폼 판매상품 보관·포장·배송 대행(3PL, 3자물류)하는 풀필먼트사업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올해도 ‘성장 플라이휠’의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버티컬 서비스 경쟁력 제고, 패션과 마트 카테고리 강화, 셀러 참여형 프로모션 확대, AI(인공지능) 기술 기반 고객 편의성 극대화 등을 위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안팎의 이목은 11번가 매각여부에 쏠린다. 11번가 모회사 SK스퀘어가 2023년 11월 콜옵션(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만기일이나 이전에 살 수 있는 권리) 포기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 주도로 강제 매각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상황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등으로 녹록치 않다. 실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018년 2조7000억원에서 2023년 말 1조원, 2024년 말 5000억원대로 하향됐다. 업계는 11번가가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이유도 결국 기업가치를 높여 인수합병(M&A)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가운데 SK스퀘어는 FI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