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연못 맑게 만든다고 다 죽이는 꼴"
일명 '대표이사 보험' 또는 'CEO플랜'이라 불리는 경영인정기보험이 불완전판매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수술대에 올랐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경영인정기보험 상품 구조의 근본적 개선에 나섰다.
경영인정기보험은 중소기업이 경영진의 유고 등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등을 피보험자로 하고 법인 비용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장성 보험이다.
계약액이 일반 상품 대비 크다 보니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어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본래 목적보다 '높은 환급률', '절세효과' 등을 강조하며 경영인정기보험을 불완전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속칭 '컴슈랑스'라고 불리는 변칙적인 영업을 했다.
컴슈랑스란 CEO 자녀 등 특수관계자를 설계사로 위촉한 후 법인과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모집 수수료를 해당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하는 영업 방식이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절세효과가 없는 개인과 사업자에게도 절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행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10월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당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법인세 감면과 절감 등을 내세워 경영인정기보험을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절세가 아닌 세금 납부 시기를 뒤로 미루는 과세이연(과세연기)"이라며 "상품 설계와 승인 과정 등 상품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달 23일 경영인정기보험에 대한 감독행정을 배포했다.
감독행정은 금융규제 운영규정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융사 등에 법령 등을 지키도록 직권으로 필요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행위다.
먼저 금감원은 기존 경영인의 근무 가능 기간을 합리적 수준인 90세 정도로 조정하도록 제안했다. 기존 상품의 근무 가능 기간은 100~110세에 달했다.
또 경영인정기보험 판매 대상을 법인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아울러 과도한 초기 환급률로 인한 차익거래 유인 요소를 억제하고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환급률을 100% 이내로 조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존 상품은 가입만 하면 5년만 경과해도 환급 비율 93% 등 100% 수준의 환급금이 나왔다. 심지어 설계사가 본인 수수료를 일부 제공하면 오히려 원금을 상회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결국 소비자가 보험 상품을 만기까지 유지할 동력을 잃게 만들고 설계사 입장에선 소비자를 더 유치하게 한다는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권홍 금감원 보험리스크관리국 국장은 "이번 감독행정 이후 불완전 영업 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감소하고 상품 취지에 걸맞은 개선된 경영인정기보험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금감원 감독행정을 두고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지나친 개입'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어떤 보험상품이든 불완전판매 요소가 있고 제대로 판매하는 설계사도 많은데 당국 개입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상품들에도 불완전판매 요소는 있게 마련인데 연못을 지나치게 맑게 만들다 보면 그 물에 살고 있던 생명을 죽이는 법"이라며 "금융당국이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업계를 위축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