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시장안정화 모든 조치"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와 기업의 경영활동,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제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오전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3일 한밤 긴급 비상계엄 선포·철회 충격으로 원·달러 환율이 1444원으로 치솟는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국제 신용평가사와 미(美) 경제라인, 국내 경제단체 및 금융시장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신속히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경제·금융상황 점검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실물경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국민·기업·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합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투자와 고용, 소비 등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각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일상적인 생업과 기업활동을 이어나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앞서 최 부총리는 3일 오후 11시40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경제 정부부처와 관계기관 수장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김병환 금융위원장·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F4)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고 범정부 합동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해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전 7시 두 번째 F4회의에서는 지난밤 비상계엄 조치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외환시장과 해외한국 주식물 시장이 비상계엄 해제 조치로 점차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음에 따라 주식시장을 포함한 모든 금융·외환시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F4회의 후 릴레이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이 총재는 심야 주요 간부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에 논의했다. 이날 오전에는 전간부 참석 회의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개최했다.
임시 금통위에서는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시작해 단기유동성 공급 확대를 결정했다.
한은은 보통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정례적으로 RP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는데 계엄 선포·해제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만큼 비정례 RP 매입으로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한은은 원활한 원화 유동성 공급을 위해 RP 매매 대상 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권,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 등을 추가했다.
RP 매매 대상 기관 범위도 국내 은행과 외국은행 지점 전체, 투자매매업자와 투자중개업자 전체, 한국증권금융으로 넓혔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강건한 대외 건전성으로 시장심리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금융·외환시장 상황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주재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현재 외환시장과 해외한국주식물 시장은 점차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 금융유관기관, 금융협회들과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이 정상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증시는 10조원 규모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채권시장·자금시장은 총 40조원 규모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금융사 외환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 위험 등에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새벽 금융감독원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금융·외환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가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계엄 선포 직후 해외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이 일부 보였지만 이후 금융회사 해외지점의 한국물 발행이 원활히 소화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제한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KB국민은행 뉴욕지점에서는 양도성예금증서(CD) 3개월물 1억 달러를 가격변동 없이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전 임원이 참석한 긴급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24시간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할 것"이라며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매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이상 징후 탐지 시 관계기관과 공조해 모든 안정 조치를 실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