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의 '검은신화', 한국의 '질병코드' 그림자
[기자수첩] 중국의 '검은신화', 한국의 '질병코드' 그림자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4.09.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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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은 손오공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 게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중국 게임 산업의 도약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7000만달러의 개발비와 6년의 제작기간, 140명의 개발인력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게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출시 후 단 2주만에 18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오공'은 이를 개발한 중국 게임사 '게임 사이언스(Game Science)'를 세계적 주목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같은 성공은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뒷받침한 결과였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내수시장 덕분에 중국 개발사들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면서 초기 투자 비용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었고 게임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중국 정부 역시 게임 개발에 있어 비교적 느슨한 규제를 적용해 개발사들이 창의적이고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오공' 역시 소규모 팀으로 시작해 대규모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내수시장과 더 많은 규제적 제약 속에 놓여 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등 특정 장르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해온 한국이지만 최근 글로벌 트렌드에서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게임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 정부의 규제 강화는 심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여부가 한국 게임 산업에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통계청은 내년 10월 국내 질병분류체계의 10차 개정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공식 등재될 경우 게임 개발사들의 투자 위축과 창의적인 프로젝트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창의성, 기술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오공'의 성공은 중국이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하고 최신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대표적 사례다. 한국 역시 이러한 창의성과 기술,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결합된다면 또 다른 '검은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같은 규제 강화는 이러한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 게임 산업이 혁신과 도약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