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파트너십 진출로 부담 크지 않아…'제한적' 전망 다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 수입되는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표명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이 형성된 국가이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최대 수출국이다. 실제 관세청 통계자료 기준 지난해 미국향(向) 의약품 수출액은 13억5809만달러로 전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달했다. 수출액은 2022년 8억4394만달러에서 2023년 9억330만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그만큼 미국시장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보편관세’를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대상 품목에 백신 원료의약품(API)·항응고제·항생제·항바이러스제 등 주로 급성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포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필수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수입 의약품에 별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약품은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복수국간 협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거해 대부분 필수품으로 분류돼 미국 수출 시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GC녹십자가 지난 2024년 7월부터 직접판매(직판) 중인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제제로 필수의약품이어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미국 헬스케어 제품제조 기업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돼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는 얀센이 갖고 있다. 유한양행이 한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얀센에 공급하는 구조가 아니라 얀센이 내놓는다는 의미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제제 ‘나보타’도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판권을 소유했다.
이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SK바이오팜은 미국에 별도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며 LG화학은 현지 제약바이오 기업 아베오를 자회사로 뒀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 동부 소재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수 기업들이 현지기업을 통해 미국에 제품을 선보이거나 현지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여기에 의약품에 관세 적용 시 약가 상승으로 이어져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의료비 절감 목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된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FTA 협정 등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의약품에 트럼프 관세정책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 직접 수출·판매하기보다 현지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진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적어도 국내 기업들에는 미국 정부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부담 요소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