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직 제출하지 않은 시중은행들은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 수백억원대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수차례 발생한 만큼, 보다 빠르게 내부통제 강화 고삐를 쥐겠다는 방침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직원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에 대한 책임을 사전에 명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 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 기준의 적정성, 임직원 기준 준수 여부와 기준 작동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책무구조도에서 해당 책무를 맡은 임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금융사고 범위와 업무 연관성에 따라 내부통제 책임을 CEO에게까지 물을 수 있는 게 책무구조도 핵심이다.

책무구조도는 내년 1월 본격 시행된다. 단 금융당국은 제도 조기 정착을 위해 내달부터 내년 1월 초까지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해 시범 운영에 동참하는 금융사에게 컨설팅과 제재 감면 등 인센티브를 내걸며 참여를 독려했다.

금융권은 그간 책무구조도 도입에 난색을 보였다. 개인 일탈로 벌어진 금융사고가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진 책임으로까지 확대하는 상황을 우려해서였다. 특히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했다가 금융사고라도 발생하면 곧바로 책임이 지워질 수 있어 꺼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켜지면서 은행들도 생각을 바꿔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준비에 나선 상태다.

은행권 가운데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달 23일 금융당국에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시범 운영을 본격 시작했다. 신한금융 역시 전날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책무구조도 제출을 완료했다.

DGB금융지주와 iM뱅크는 이달 21일 동시 제출했고, 하나은행도 25일 제출을 완료하고 시범 운영 참여 준비를 마쳤다.

아직 제출하지 않은 다른 은행권도 이달 내에는 제출을 완료할 전망이다.

KB금융지주는 이사회는 지난 24일 책무구조도 제출을 의결하고 이번주 중 제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KB책무관리실을 신설하고, 제출 준비에 한창이다. 이밖에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시범 운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시점부터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바로 적용된다”며 “아직 제출하지 않은 곳도 이를 고려해 충분한 검토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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