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자산 매각 등 노력' 불구 유동성 확보 안갯속
노조, 경영진·최대주주 무능 비판…"회사 매각하라"
매월 25일은 삼부토건 급여일이다. 삼부토건은 이달까지 사원에겐 2개월, 그 위 직원에겐 3개월째 월급을 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이탈 현상도 빠르게 일어나는 모습이다. 회사 경영진은 자산 매각과 미수금 회수를 통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려 애쓰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노동조합은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무능력을 비판하며 회사 매각을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10월에도 빈 급여통장
27일 삼부토건 노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규철 삼부토건 대표이사는 임직원 급여일인 지난 25일 사내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렸다. 신규철 대표는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사과문을 통해 설명했다.
삼부토건은 작년 9월 이후 반복적으로 임직원 급여와 퇴직금, 명절 상품권 등을 지연 지급하거나 미지급했다. 현재는 사원급 직원들에게 9·10월 급여를 주지 못했고 그 위 직급 직원들에게는 8~10월 3개월치 급여를 주지 못한 상태다.
문정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삼부토건 지부장은 지난 25일 신아일보에 "오늘(25일)도 급여가 미지급될 게 확실시되고 있다"며 "전년도 임금 소급분도 그렇고 명절에 지급해야 하는 상품권도 그렇고 직원 생일에 지원하는 복지, 장기 근속자 포상도 전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정곤 지부장은 또 "더 중요한 건 본사·현장 직원들 운영 경비도 미지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자산 매각 계약이 지연되면서 10월에도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삼부토건 A 본부장은 "자산 매각 진행하는 부분이 계약되면 계약금이 들어오고 그걸로 해결하겠다고 계속 저희가 설명하는데 계약이 지연됐다"며 "오늘(25일) 또다시 급여 날이 왔는데 아직 계약이 안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 작년 초부터 100명 넘게 떠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부토건에선 직원들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A 본부장은 "사실 급여가 생계자금이다. 다 마찬가지일 텐데 그런 부분에서 좀 어렵다 보니 이직하는 직원이 많이 발생했다. 그런 부분도 안타까워서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한 삼부토건 직원 수는 지난해 3월 말 363명에서 9월 말 332명으로 줄었고 올해 3월 말 321명으로, 6월 말 304명으로 감소했다. 최근에도 직원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삼부토건 노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25일 서울시 중구 삼부토건 본사 앞에서 임금 체불 해소 요구 집회를 하던 삼부토건 노조 관계자는 "작년 1월 320명이던 조합원이 오늘(25일) 자로 209명이 됐다"며 "작년부터 현재까지 100명 넘게 회사를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 불신과 갈등
삼부토건은 매각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고 임금 체불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A 본부장은 "지금 계획 잡고 있는 건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하고 차입금 정리하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가 준공한 현장에서 입주 등이 지연되면서 공사 미수금을 회수 못 하는 부분과 기존에 사업을 위해서 대여금 나갔던 부분들, 그런 부분들을 다 최대한 빨리 회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더 이상 경영진에게만 사태 해결을 맡길 수 없다는 견해다.
삼부토건 노조는 최근 삼부토건 최대주주 디와이디에 삼부토건 공개 매각을 통한 투자 유치를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노사 공동 기업매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새로운 투자자 유치를 위한 기업 매각 절차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문정곤 지부장은 "회사가 현재 급여 체불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당면하고 있고 대주주 및 경영진은 그동안 회사를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가운데 지분도 얼마 되지 않는 대주주가 책임경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므로 삼부토건을 위해서 공개 매각을 통해서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 것을 주장한다"고 했다.
노조의 이런 주장에 사측은 삼부토건이 겪는 경영 악화는 건설 산업 전반에 몰아친 불경기 영향이 큰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새로운 경영진이 꾸려지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리스크가 터진 것이어서 현 경영진과 최대주주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A 본부장은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바뀌고 2023년 3월부터 1년 이상 진행한 건데 그 전에 수주하고 진행 중이던 공사에서 적자 발생한 게 2022년 말 당기순손실로 나타났다"며 "새로운 경영진이 왔을 때는 이미 진행 중인 공사들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런 부분을 해결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