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스토리설명 부족…'던파 팬' 이외 진입장벽
넥슨의 하드코어RPG(역할수행게임)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갔다. 카잔은 넥슨 대표작 '던전앤파이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작으로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넥슨은 앞서 '게임스컴 2024', '도쿄게임쇼 2024'등 국내외 게임 전시회에서 홍보와 시연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미디어를 대상으로 테크니컬 클로즈 베타 테스트(TCBT)가 진행됐다.
지난 9월26일부터 10월1일까지 카잔 TCBT에 참가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콘솔로 진행된 TCBT에선 하인마흐, 스톰패스, 엠바스 세 지역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게임은 하인마흐의 설산 지역에서 호송되는 '카잔'의 모습을 보여주는 컷신으로 시작된다. '펠 로스' 제국 대장군 카잔은 반역 혐의로 양 팔의 힘줄이 잘린 채 호송되다 눈사태에 휩쓸린다. 이때 카잔의 몸을 빼앗으려는 '블레이드 팬텀'이 카잔에게 깃들어 눈사태에서 구해주고 새로운 힘을 부여한다. 이후 조작 방법을 설명해주는 간단한 튜토리얼이 진행되고 '도부' 무기를 획득해 플레이하게 된다.
첫 번째 지역인 하인마흐는 카잔이 제국의 병사들을 피해 도망가는 과정을 담았다. 제국군을 피해 이동하던 카잔은 그를 쫓던 제국군을 습격한 거대한 설인 '예투가'를 만나 전투를 펼친다.
예투가를 쓰러트린 카잔은 기력이 다해 쓰러지게 된다. 이후 설산에 사는 '반투족'의 도움을 받아 반투족 성지 '스톰패스'로 이동하게 된다. 이곳에서 카잔은 자신을 지배하려는 블레이드 팬텀을 극복하기 위한 시련에 들어간다.
시련은 카잔의 과거에 대한 미련·후회 등을 담았다. 카잔에 의해 희생된 마을 주민들의 원령, 카잔의 옛 부하 원령들을 쓰러트린 뒤 자기자신과 싸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검', '창' 무기와 스킬 '투창'을 습득한다.
시련을 모두 통과한 카잔은 블레이드 팬텀과 조우, 전투를 벌인다. 두 번째 보스몬스터 블레이드 팬텀을 쓰러트리면 카잔과 블레이드 팬텀이 계약을 맺는 컷신이 재생된다. 계약을 통해 카잔은 블레이드 팬텀의 목적을 이뤄주는 대신 제국에 복수할 힘을 얻는다.
이후 '명계'의 안정화를 위해 움직이는 블레이드 팬텀의 요청에 따라 엠바스 지역으로 이동한다. 카잔은 그곳에서 명계의 에너지를 이용해 '광룡 히스마'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용족들과 전투를 벌인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캐릭터의 빠르고 현란한 움직임으로 여타 '소울 라이크 게임'들과 차별성을 뒀다. 하드코어RPG 답게 적의 일격이 치명적이고 회복 수단도 제한돼 있지만 전투를 통해 스킬포인트를 쌓아 '도부', '대검', '창', '공용' 네가지 카테고리의 스킬을 올리면 핵앤슬래시 장르의 호쾌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아이템 역시 소울 라이크 게임과 차이를 뒀다. 아이템은 언커먼-커먼-레어 등 등급별로 나뉘며 장비 아이템의 경우 세트 옵션이 구현됐다. 세트 옵션은 착용 개수에 따라 2·3·4·5 세트 옵션이 적용된다. 세트 옵션은 공력력 증가 등 기본적인 옵션부터 '속성 부여' 등 던전앤파이터 특유의 시스템이 적용됐다.
소비 아이템의 경우 '체력'과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회복 아이템에 더해 상태이상 해제 포션, 은신 포션 등 다양한 포션이 구현됐다. 또 무기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아이템도 제작됐다.
전투는 일반 공격, 강한 공격, 가드, 회피, 스킬을 이용해 치뤄진다. 전투 중 적에게 피격 당하면 체력이, 공격·가드·회피 등 행동을 취하면 기력이 소모된다. 체력과 기력은 화면 왼쪽 하단에 빨간색·하얀색 막대로 표시돼 있다. 체력이 모두 소진될 경우 게임오버되며 기력이 모두 소진되면 회복될 때까지 무방비하게 노출된다. 또한 기력이 모두 소진된 경우 피격 데미지가 증가한다.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가드를 할 경우 보라색 이펙트가 나오며 적의 공격을 흘린다. 이때는 기력 소모가 평소보다 적고 기력 회복 속도가 증가한다. 가드 후딜레이도 짧기 때문에 반격을 하기도 좋다. 액션 게임에 익숙한 이용자라면 가드 후 카운터 방식을 통해 원활한 공략이 가능하다. 단 일부 몬스터는 가드가 불가능한 잡기 공격을 쓰기 때문에 그 경우엔 회피에 집중해야 한다.
회피 역시 공격 타이밍에 맞춰 회피할 경우 '즉시 회피'가 발동된다. 즉시 회피에 성공하면 잔상을 남기며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피한다. 즉시 회피 역시 카운터 공격으로 이어갈 수 있다. 다만 가드보다 판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적의 공격 패턴을 완전히 파악한 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액티브 스킬을 적절히 활용하면 적의 공격은 피하면서 일방적으로 공겨을 가할 수 있다. 액티브 스킬은 점프 공격, 돌진 등 이동하면서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적절히 활용하면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전투 시스템은 소울라이크 게임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뉴비(초보)와 고인물(고수) 모두 만족하게끔 구성됐으나 시스템 적으로 미숙한 부분도 보였다.
먼저 화면 UI(사용자인터페이스)에 지도가 표시되지 않아 현재 내가 어디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보스몬스터들은 일정 부분 체력이 깎일 경우 페이즈 전환이 일어나는데 이때 보스몬스터와 플레이어 캐릭터가 서로를 쳐다보며 멈춰있는 화면이 보이는 등 화면 전환이 부드럽지 않다.
카잔의 복수기를 그린 게임 스토리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펠 로스 제국, 카잔, 오즈마, 블레이드 팬텀, 스톰패스, 반투족, 명계, 카론, 히스마 등 고유 명사 대부분은 원작 IP 던파에서 차용됐다. 과거 카잔의 행적과 현재 상황이 일부 몬스터가 드랍하는 '기록' 아이템을 보거나 주요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유추할 수 있다. 이같은 점은 던파를 즐기던 기존 팬들에겐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새로 유입된 이용자들에겐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게임 설정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화면 구성비 등을 선택할 수 없고 컨트롤러 키 할당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부분은 추후 개발을 통해 개선되길 바란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넥슨이 강조한 호쾌한 액션을 잘 구현했다. 적의 공격 한번 한번이 치명적인 '하드코어' 요소와 스킬과 세트 아이템 등을 통해 핵앤슬래시 느낌을 동시에 구현해 지루함을 느낄 구간을 최소화했다. 다만 스토리 이해를 위한 사전 지식의 필요성, 미니맵·키설정 등의 편의성 부족 등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고 액션성을 강조한다면 한국의 또다른 AAA급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