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드디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0.5%p 빅컷이다. 4년 반 만에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피벗)한 것이다. 실업률 증가와 내수경기 침체 우려 등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공은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
한은이 10월11일 금통위에서 과연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모든 눈이 한은을 바라보고 있다.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2%p에서 1.5%p로 축소되면서 외국자본의 유출 부담이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또 수출을 제외한 내수경기 침체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금리 인하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이는 이유는 부동산 때문이다. 8월 가계부채 증가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서울 집값 상승 폭이 커진 상황에서 자칫 기준금리 인하가 투자심리를 자극해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의 고삐가 풀릴 경우 그 파장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침체로 가는 문이 열릴 수 있을 만큼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
최근 한은의 보고서 내용과 한은 총재의 발언에서 한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서울 수도권 집값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경고하고 있는데 한은의 속 마음은 아마 이러할 것이다.
'기준금리 내려야 하는데 서울 집값이 올라 못 내리고 있어! 정부야 빨리 서울 집값 좀 잡아주라 우리 금리 좀 내리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만큼 9월 이후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 거래가 다시 꿈틀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올라갈수록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늦어질 것이며 인하 폭도 줄어들 것이다. 10월 금통위 전까지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 폭이 꺾이는 지표를 확인하지 못하면 10월을 건너뛰고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0.5%p가 아닌 0.25%p로 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더 내려도 2% 이하 저금리가 아닌 2% 중반대 중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정부의 대출 규제 드라이브는 한층 더 강해질 것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은행 창구지도를 통해 대출금리는 내리지 못하도록 할 것이며 내년 7월 예정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를 조기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한마디로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는 살리되 대출 문턱은 높여 주택 가격 상승은 막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코로나 시절처럼 기준금리 인하로 저금리로 가면서 유동성도 커지는 그런 호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하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고 공급 부족, 전세가격 상승 등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불안 요인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어 어설픈 정책 실수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질 수 있다는 뇌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과거 미국 금리 인하기 3번 중 2번은 우리나라 증시와 집값이 상승했다. 시장의 기대처럼 상승 폭을 확대할지, 정부의 기대대로 안정을 찾을지, 주택시장의 향배를 결정할 10월이 다가오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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