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野) 5당은 3일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이 포함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특검법을 발의했다. 당초 제3자 추천 채상병특검법 필요성을 주장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민주당이 재차 압박하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이날 대법원장과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내용의 채상병특검법을 공동발의했다.

이번 특검법의 핵심 골자는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명단 4명을 국회의장을 통해 야당에 전달하면, 야당이 최종 후보군 2명을 압축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최종 후보를 각 1명씩 추천하는 방식이다. 국회의장은 야당으로부터 최종 명단을 제출받아 대통령에 송부하도록 했다.

아울러 야당의 비토권도 명시됐다. 이에 따라 야당은 대법원장 추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의장을 통해 후보 재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제출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토권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정치적 결단과 양보의 개념"이라며 "한 대표가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게 되면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는 강력한 촉구"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번 채상병특검법을 9월 안에 통과시키겠단 계획이다.

당초 제3자 추천 채상병특검법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것이다. 한 대표가 주장한 것은 대법원장 등 특정 정당과 무관한 제3자에 특별검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당내에 충분히 말씀드려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기관의 결과가 발표된 후에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저희들은 특검을 검토할 것이다"라며 "이게 현재 우리 당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후 결과가 미진하면 특검법 발의를 검토하겠단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겠단 것이다.

이어 추 원내대표는 '선수사 후특검' 입장과 관련해 한 대표와 이야기가 된 거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일단 제가 그렇게 말씀드린다"고 일축했다. 이에 한 대표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당내 설득에는 난항을 겪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당내 의견 수렴 절차가 있어야 하고 정부와 사전 교감도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채상병특검법이 우리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한 대표의 리더십을 겨냥해 특검법 발의를 거듭 촉구하며 이날 야권이 공동발의한 특검법에 대한 입장 표명도 촉구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 특검법을 추진할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한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히라"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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