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가입자는 늘어나는 가운데 장기 수익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는 자산운용 지식이 부족한 가입자들을 대신해 운용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확정기여(DC)형·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특별한 운용 방법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결정한 방법대로 적립금을 운영된다.
이 제도는 2022년 7월부터 1년간 시범운용을 거쳐 지난해 7월 본격 시행됐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가입자는 2분기 말 기준 565만1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478만9000명)보다 18% 증가했다.
또 가입자 수가 증가하면서 잔액도 지난 6월 말 기준 32조9095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12조5520억원 대비 20조3575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단기 수익률을 보면, 1년 평균 수익률은 10.82%다. 6개월 상품은 6.92%, 3개월은 2.38%, 1개월은 1.62%다.
그러나 장기 수익률은 저조했다.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2.35%로 국민연금(7.63%)보다 5.28%포인트(p) 차이가 났다.
이렇게 장기 수익률이 저조한데는 적립금 규모 대비 높은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이 큰 탓이다. 시행 초기에 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상품을 많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원리금보장 상품은 초저위험 상품에 투자한다. 해당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없고 평균 수익률이 연 2%대로, 증시·펀드 등에 투자하는 원리금비보장 상품보다 기대 수익률이 낮다.
실제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가운데 87%(489만명)가 초저위험 상품에 몰려있다. 이어 저위험(31만명), 중위험(27만명), 고위험(18만명) 순이다.
고위험과 중위험 상품의 1년 수익률은 각각 연 16%, 12% 이상이다. 같은 기간 저위험과 초저위험 상품은 각각 연 7.51%, 3.47%에 불과했다.
선진국 디폴트옵션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가입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100%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우리나라는 근로자가 상품을 직접 선택하게 돼 있다. 근로자가 등급별 상품을 직접 살펴보고 골라야 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연금은 장기간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즉 원리금보장형이 아닌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에 투자돼야 한다.
이에 수익률 개선을 위해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의 편입을 제한하는 등 운영 방식을 일부 손질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