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금감원) 원장이 국내은행 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소홀한 리스크관리, 성과 위주 조직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내부통제 혁신 방안 등 제도 마련에도 올해만 100억원 규모 우리은행 횡령, 170억원 규모 농협은행 배임 등 연이은 금융사고에 사후 조치만으로는 허술한 내부통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속적인 내부통제 실패는 은행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주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준법·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 영업행위와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영업 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 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 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내부통제 혁신 방안과 지배구조 모범 관행 마련, 책무구조도 도입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지만, 배임 및 횡령 등 계속되는 금융사고에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원장은 "최근 몇 년간 은행권에서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등 불완전판매가 잇달아 발생하고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 도덕 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짚었다.
이어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임직원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직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 적극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Culture of speaking up)를 조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향후 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이 밖에 근본적으로 은행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감독당국 차원에서 은행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해 개선을 유도하는 감독 프로세스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호주에서는 금융사 임직원 대상 설문 등을 실시해 회사별 조직문화 강·약점을 파악하고 개선을 유도하는데, 이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부실은 은행산업 평판과 신뢰 저하뿐만 아니라 영업과 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은행이 영업실적보다 고객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체계를 정립하는 등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조직문화 변화에 따라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 위험이 줄어든다면 자본 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에 있어 감독상 유인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내 은행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수·겸영 업무 범위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역량 제고 등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