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
[창간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
  • 노진규·장덕진 기자
  • 승인 2024.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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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가면 뒤 표리부동한 민낯
북한, 러시아에 미사일 공급해 반사이익 톡톡…공식적으로는 부인
중국, 러시아 손잡고 싼 가격에 원유 수급...‘상위파트너’ 입지 다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편집자 주>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속담이 있다. 인류의 전쟁사를 돌아보면 전쟁 당사국과 주변국 간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국으로서 전쟁에서 한발 비켜나 있던 터라 자국의 생산시설을 보전할 수 있었고 전쟁 물자가 부족했던 영국과 프랑스에 무기와 군용품을 팔아 반사이익을 누렸다. 일본도 참전국에 대규모 전쟁 물자를 수출해 ‘나리킨’이라 불리는 벼락부자들이 생길 정도였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전쟁 당사국에 무기를 지원하거나 정치적 동맹을 맺음으로써 전쟁의 진정한 승자가 되어가는 국가들이 있다.

전쟁의 이면…어부지리 누리는 3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하는 사이 미·중·북은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취하며 ‘어부지리’를 누리고 있다. 

미국은 러·우 전쟁에 대비하는 유럽 동맹국을 상대로 무기와 군수품을 판매해 방위산업을 전쟁 발발 전보다 17.5%나 성장시켰다. 또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한 유럽국가에 자국의 천연가스를 수출하면서 ‘에너지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BBC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자국산 무기를 공급하는 대가로 석유와 식량을 제공받고 있다. 핵심은 북한이 자국의 최신 미사일을 실전에서 시험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를 발판 삼아 향후 전세계에 무기를 수출하는 ‘창구’가 된다면, 국제사회는 전쟁의 위험과 공포에 빠지는 대신 북한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은 외교적·경제적 고립에 시달리는 러시아의 손을 잡은 덕에 러시아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원유를 수입하게 됐다. 중앙아시아까지 영향권에 넣으면서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이 다소 완화되는 반사이익까지 챙겼다. 

미군이 1988년에 처음 도입한 M2A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을 최신 버전인 브래들리 A3로 교체하면서 국방력을 강화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미군이 1988년에 처음 도입한 M2A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을 최신 버전인 브래들리 A3로 교체하면서 국방력을 강화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가면 뒤 표리부동한 민낯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이면에는 ‘표리부동한 민낯’이 숨어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를 보충하기 위해 295억달러의 추가 안보 예산을 책정함에 따라 냉전 시대 장비를 현대 장비로 교체하는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예컨대 베트남 전쟁 때 사용한 M113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 신형 장갑차를 구매했고 1988년에 처음 도입한 M2A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을 최신 버전인 브래들리 A3로,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의 구형 버전인 PAC-2를 PAC-3로 교체하면서 국방력을 강화하게 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장비를 이전한 덕분에 미국 국방 예산의 3%만으로 낡은 무기를 현대화할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겉으로는 미국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지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국방력 강화•경제 성장 등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민낯이 존재한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따가운 시선을 두고 “그 돈은 우크라아나에 주는 것이 아니다. 미국 공장에 돈을 쓰고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가 쏜 북한산 미사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가 쏜 북한산 미사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러시아에 미사일 공급해 반사이익 톡톡…공식적으로는 부인

북한 역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조용히 뒤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북한이 러시아에게 무기를 생산하고 전달함으로써 석유 등 경제적 이득 뿐 아니라 최신 무기를 실전에서 테스트하고 다른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한 미사일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제재를 피해 서방의 부품을 불법적으로 조달하고, 몇 개월 만에 미사일을 만들어 러시아군에 보내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전문가들을 놀라게 만든 건 미사일 내의 전자부품 대부분이 최근 수년 간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는 점이다. BBC는 “이는 북한이 불법적으로 조달한 부품을 몰래 들여와 미사일을 조립하고, 이를 러시아로 비밀리에 운송하며, 해당 미사일이 우크라이나로 발사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불과 몇 달 만에 이뤄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렇게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대가로 석유와 식량 등을 제공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 거래로 인해 북한의 경제는 물론 군사력도 증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미사일 원료나 전투기 등 군사 장비를 제공받을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 핵무기를 위한 기술까지 지원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게다가 자신들이 만든 미사일을 실전에서 테스트해보는 기회를 얻고 있다. 실전 데이터를 활용해 미사일의 성능을 앞으로 더 개선할 여지가 충분하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북한 무기·비확산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북한이 대량 생산 중인 이런 무기들을 더 많은 나라에 팔고 싶어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루이스 박사는 “러시아가 북한제 무기를 잘 활용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에 대북 제재를 어겨도 괜찮다는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북한이 중국·러시아·이란 등 미국과 반목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주요 미사일 공급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설을 공식 부인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적대세력들이 우리가 생산하는 무기체계들이 ‘러시아 수출용’이라는 낭설로 여론을 어지럽히고 있는 데 대해서 한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며 “최근 우리가 개발 및 갱신한 무기체계들의 기술은 공개할 수 없는 것들이며 따라서 수출이라는 가능성 자체가 논의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중국, 러시아 손잡고 싼 가격에 원유 수급...‘상위파트너’ 입지 다져

중국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득을 본 국가로 꼽힌다. 

전쟁이 터진 이후 중국은 경제적, 외교적 고립에 빠진 러시아의 손을 잡아주는 대신 ‘상위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석유와 가스, 방위 산업 분야는 물론이고, 여러 방면에서 중국의 이익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서방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가 중국의 손을 잡으며 벌어진 현상이다. 

증국과 러시아 사이의 무역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특히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자원 수입을 크게 늘렸다. 러시아로부터 최대 40%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받으며 경제적 이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동차업체들 역시 서방과 한국, 일본 업체를 대신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중국의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42%를 넘었다. 

지난해 4월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서방의 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 기업들이 중국 수출에 매달리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과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가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쟁이 터진 지난 2022년 양국 교역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190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9.4%나 증가한 수치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러시아의 대중 경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jk.ro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