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꼴찌였다. 한 해 출생아 수 역시 2012년 약 50만명에서 2022년 25만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Is South Korea Disappearing?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기사에서 "인구 감소는 선진국 대부분이 겪는 상황이지만, 한국 상황은 전 세계 인구감소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인 동시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인구는 국가의 3요소(영토·국민·주권) 중 하나로, 생산은 물론 소비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생산가능 인구가 1% 감소하면 GDP(국내총생산)은 0.59%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는 지난 2003년10월 '인구고령사회대책팀'을 설치를 시작으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 등 저출산 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공개한 'BOK이슈노트, OECD 국가별 패널 자료를 통한 우리나라 저출산 원인 및 정책 효과 분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부터 2021년 중 한국의 출산율 하락 현상은 '도시 인구 집중'과 '실질 주택 가격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도시 내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 심화가 청년층의 혼인 및 출산 지연을 초래하였고, 주택마련비용 증가 역시 혼인과 자녀 출산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보고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섯 가지 개선 방향으로 △도시 집중 완화 △혼외 출산 용인 △청년 고용률 상승 △육아 휴직 확대 △가족관련 지출 확대 △집값 하락을 꼽았다.
특히 방향별 출산율 상승효과에서 '도시집중 완화'는 0.414명을 높여, 혼외출산용인(0.159명), 청년고용률 상승(0.119명), 육아휴직확대(0.096명) 등 모두를 합한 것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그룹이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시행 중인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와 지난해부터 추진한 '365일 꺼지지 않는 하나돌봄어린이집' 프로그램 등을 전 금융권이 참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런 사업을 통해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보육 여건을 개선하고, 여러 근로 형태에 따른 보육 수요를 파악하고 틈새 돌봄 필요 지역을 발굴해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화를 구축한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전국 지자체와 협의해 운영 협약을 맺고 돌봄 프로그램 개설과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5년간 지원키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보육 취약 지역 70곳에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어린이집 등 총 80개의 어린이집을 개원하는 성과를 냈다.
대한민국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너와 내가 있을 수 없다.
그런 만큼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은 자신의 여건과 업의 특색을 살린 대책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
모든 금융사가 '상생'을 외치고 있다. 인구가 줄고 지역이 사라진다면 '상생'은 말 그대로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나라 저출산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금융권에 대해 '과할 정도'로 쓴소리를 냈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 사례처럼 대한민국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작은 노력에도 박수를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신아일보] 배태호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