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한 해도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고금리 부담은 남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고통 분담과 윤리 경영 강화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 등 모든 금융권이 실적 개선과 건전성 강화 그리고 내부통제 확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통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눈앞에 쌓인 난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 CEO의 경영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양종희(1961)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9년간 KB금융을 이끌어온 윤종규 회장을 대신할 적임자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올해는 금융지주 중 사상 첫 연간 순이익 5조원 돌파라는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게 될 전망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 지난해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5조413억원이다.
이는 전년(4조4133억원) 대비 6280억원(14.2%) 증가한 수준으로 이대로라면 금융지주 첫 연간 순이익 5조원 시대를 개막하게 된다.
올해 전망치 역시 5조1968억원으로 지속 성장이 예고됐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글로벌 금리 인상 종료 등에 따른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예고된 만큼 이자이익 등 수익성 대폭 증가는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양 회장은 글로벌 조직에 힘을 실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실제 KB금융은 글로벌사업 안정화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부문'을 지주 전담 조직으로 전환하고 조직도상 최 앞단에 배치했다. 글로벌 부문이 지주의 전략적 목표 최우선 순위가 됐다는 의미다. 글로벌 부문은 기존 최고재무책임자(CFO) 서용호 부사장이 이끈다.
올해는 사상 최대 가계부채 경신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파생경합증권(ELS)에 따른 건전성 관리는 물론 당국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내부통제도 해결해야 할 중점 과제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9월말 기준 KB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은 전년 대비 0.14%포인트(p) 상승한 0.48%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로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더욱이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규모의 홍콩 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KB금융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 H지수 급락에 지난해 9월말 기준 H지수 편입 ELS 6조2000억원을 포함한 6조8000억원 규모 ELS에 대해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87.8%에 해당하는 5조9000억원 규모 H지수 편입 ELS가 상반기 만기를 앞두고 있다. KB국민은행 판매 규모는 은행 중에 가장 많은 4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KB금융은 영업이익에서 차감되는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을 전년(7884억원) 대비 124.3%(9798억원) 늘어난 1조7682억원을 적립했다.
ELS 손실 대응을 위해서는 은행 내부적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도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소비자 자산 보호를 위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주와 자회사 리스크관리부서 등에 소비자 자산 리스크관리 미션을 명확히 부여했다.
또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준법지원부에 소비자보호팀을 신설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도 강화하고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양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또한 '투자운용, 자산관리(WM),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에서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 또한 한층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KB라는 브랜드가 사회와 고객, 직원, 주주 모두의 마음속에 긍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