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전세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한 이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 구제-후 회수' 방안을 골자로 한 전세 사기 특별법이 여당의 보이콧 속에 국토위를 통과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하 전세 사기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에는 그간 선 구제-후 회수 방안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만 참석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전체회의 직전 안건조정워윈회를 열고 전세 사기 특별법을 의결했는데 여기엔 민주당 맹성규·이학영·조오섭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만 참석했다.

전세 사기 특별법은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증금 반환을 위해 임차보증금에 대한 '선 구제-후 회수' 방안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공공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을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기관으로 정하고 이들 기관의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 8조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 비율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통해 전세 사기 피해자가 적어도 소액임차인의 최우선 변제금 이상의 변제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세 사기 피해자 요건 중 임차보증금 한도를 현행 5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에 외국인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신탁 전세 사기 임차 주택의 경우 법원이 주택 인도 소송을 유예 또는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강제 집행을 일시 정지할 수 있도록 특례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여러 전세 사기 피해자가 우선 매수 신고를 하고 특별한 협의가 없으면 변제받을 수 있는 임차보증금 비율에 따라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을 매수하도록 했다.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전세 사기 특별법은 아픈 사람을 덜 아프게 하자는 법이다. 물이 턱밑까지 차올라 숨이 막혀가는 사람들에게 딛고 올라설 디딤돌 하나라도 드리자는 법"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촉구한다. 사각지대에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지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토위 문턱을 넘은 전세 사기 특별법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된다. 다만 법사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인 만큼 본회의로 넘겨지기 전 여야 간 진통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신아일보] 남정호·서종규 기자

남정호·서종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