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관 실태 인터뷰③] "매번 2·3파전 설계공모…전관끼리 판 짠다"
[LH 전관 실태 인터뷰③] "매번 2·3파전 설계공모…전관끼리 판 짠다"
  • 남정호·서종규 기자
  • 승인 2023.09.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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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출신 선후배들, 특정 업체 밀어주기…막아주고 비켜준다"
"100% 외부인이 심사…심사위원 상대 직접적 영향력은 없어"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인천 검단 지하 주차장 붕괴에서 시작한 'LH 아파트 부실' 논란이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 사태를 넘어 'LH 전관(前官)'을 겨냥했다. 부실 아파트 상당수가 LH 퇴직자가 일하는 설계·감리업체와 연관됐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졌고 국토부는 10월 'LH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LH 아파트 설계와 감리에서 전관은 어떤 존재일까? 설계·감리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LH 퇴직자부터 이런 퇴직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건축사까지 여러 시점에서 전관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인터뷰 대상 보호를 위해 이름과 소속은 밝히지 않았다. <편집자 주>

건축사들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퇴직자들이 LH 공공주택 설계용역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설계용역 업체 선정 심사위원이 전원 LH 외부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설계 공모 경쟁이 매번 2~3파전에 그치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선후배 사이인 전관들이 설계공모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방식 담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4개 건축사사무소 소속 비(非) LH 출신 건축사 4인과의 일문일답이다. 

Q LH 아파트 전단보강철근 누락 사태가 LH 전관과 관련 있다고 보나?

C씨 "전관이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있다고 나온 건 없다. 부실 공사랑 별개 사안으로 붙여서 얘기하는 것 같다."

D씨 "실질적으로 설계 문제인데 왜 그쪽(전관 문제)으로 튀었는지 모르겠다. 업체들에 전관으로 계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LH 일 하는 업체들은 거의 전관이 많다."

E씨 "전관 업체여서 설계오류나 문제가 생기는 차원보다 전관 업체들이 일감을 많이 가져가다 보니 그 일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 대형 메이저 사무실 경우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사실 일반 중소 규모 OB(old boy, 퇴직자) 사무실에서 본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양 이상으로…(가져간다.). 우리가 보통 'LH공사를 졸업한다'고 하는데 1년에 (공공주택 설계 공모 당선) 3개를 다 채운다든지…(하는 경우다.). 가장 먼저 채우고 졸업하는 업체들이 OB 업체들이다. '전관 업체가 (LH 아파트를) 더 잘 알 텐데 구조 오류를 범했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소화 능력 이상 일을 가져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 본다."

Q LH 공공주택 설계업체 선정 심사에서는 전관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나?

C씨 "업체 선정이라는 게 예전에는 LH 내부 심사위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100% 외부 인원으로 구성한다. 업체 선정을 하는 데 있어서 전관 영향력이 없다. 외부 인원을 통해 심사하는데 전관이 왜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모르겠다. 수의계약도 계약 형태가 수의계약일 뿐이지 결국 외부 (심사)위원이 꼽은 업체랑 LH가 계약하는 건 마찬가지다."

D씨 "저희는 전관이 없지만 그래도 모시는 이유는 있지 않을까 한다."

F씨 "심사할 때 LH 내부 위원이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관 영향력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심사위원들이 다 외부에서 교수들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현상설계 당선될 때는 (전관) 영향력이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나 싶다."

Q 검찰이 LH 아파트 감리 담합 사건을 조사 중이다. 설계 업계는 어떤가?

E씨 "전관 업체들은 자기네들끼리 판을 짠다. '이번엔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공모에) 들어오지 말라' 아니면 '이번에 누구 들어왔으니 비켜준다' 이런 게 있다. 이런 게 생각보다 심하다. 일반 민간 기업들끼리 그렇게 하면 그리 강력하게 판이 안 짜진다. 전관 업체들은 자기들이 다 선후배니까 밀어주고 당겨주고…(한다.). '이번에 퇴임했으니까 이 프로젝트 하나 가져가라', '이번에 많이 먹었으니(수주했으니) 이건 이렇게 하자' 이런 게 있다. 심사위원들이 교수들인데 OB들이 무슨 영향을 주겠나 하지만 가장 큰 건 담합이다. 어떻게 매번 경쟁이 2·3파전 이렇게 아주 골고루 짜지겠나. 간혹 10파전이 될 수도 있고 5파전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 않나. 뭣 모르고 들어가는 업체들도 있다. 전관 업체 아닌 곳들은 '정보가 없어서 들어가 보니 다 정리된 판이었더라' 그게 가장 크다." <끝>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