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워치 광고를 보면 특이점이 하나 있다. 디자인과 바이오 위주의 퍼포먼스를 중점으로 광고를 했던 이전과 달리 안전과 생명을 중점적으로 부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 기술이 사람들 편의에 국한하지 않고 이제는 안전과 관련한 사항까지 아우른다는 것이 셀링포인트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에서도 안전과 생명에 직결한 스마트 기술 연구가 한창이다.
일례로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횡단보도’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사고 위험이 있을 때 미리 경고를 주는 기술이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접근하면 운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도로 바닥에 있는 경광등이나 주변의 전광표지에 불빛이 켜진다. 차량이 횡단보도 30미터(m) 이내로 들어오면 경고등이 깜빡이면서 보행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것을 본 운전자가 속도를 줄여 사고 발생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 기술은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차량이 횡단보도 근처로 오면 “차량이 접근 중입니다”라는 음성 경고를 보내고 불빛을 깜빡인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건널 때 도로를 살피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며 건너다보니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신호를 보내 더욱 주의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 어린아이가 통학차량에 방치돼 질식으로 숨지는 사건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아이가 버스에 남아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 보니 안타까운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스마트 방석’을 만들었다.
이 방석은 차량 운전자와 교사 스마트폰과 연결된 것인데, 각각의 방석에는 압력 감지 센서가 내장돼 아이가 방석에 앉으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착석 여부를 알려준다. 유치원에 도착해 모두가 하차한 이후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남아있는 아이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다. 아이가 홀로 남겨졌을 경우에는 스마트폰에 경보가 울려 운전자와 교사가 즉시 확인 가능하다.
최근 잇따른 건물 붕괴 사고로 건물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붕괴사고 시 구조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은 한양대학교와 울산대학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과 공동연구로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 안전을 지키고 복잡한 구조 업무를 쉽고 빠르게 수행 할 수 있는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인 ‘양팔로봇’을 개발했다.
건설기계와 산업용 로봇의 장점을 결합한 6톤(t) 무게의 양팔로봇은 외형적으로는 굴삭기와 흡사하다. 몸체에 사람의 두 팔 역할을 하는 6m 길이의 작업기 1쌍이 장착됐다. 탑승자는 기기 내부에 탑재된 웨이러블 장치로 장비를 마치 내 팔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특별한 훈련을 받거나 숙련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조종 가능하다.
200킬로그램(㎏) 규모의 대형 장애물을 옮길 수 있고, 22밀리미터(㎜) 두께의 철근을 절단하거나 시멘트 덩어리를 부수고 샌드위치 패널을 뚫는 등 다양한 작업들을 수행해 붕괴사고 때 건물에 갇힌 사람을 빠른 시간에 구조할 수 있다.
기술은 사람을 위해 진보한다. 스마트 기술 역시 종착역은 사람을 향한다. 사람의 안전·생명과 직결한 스마트 기술은 더욱 진보할 것이다. 부당한 죽음, 억울한 죽음이 없는 세상을 위해 스마트 기술이 혁혁한 공을 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