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으로 연결된 녹지 계획…경사지 고려한 '재해 예방' 설계
공간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살기 좋은 집'에 대한 인식 변화와 보폭을 맞춰 공공주택도 계속 진화한다. 공공주택은 더 이상 획일적이지 않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추구한다. 국민에게 보편적 주거복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미래 주거 문화를 제시한다. 올해 LH 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을 통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공공주택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디에이그룹이 '자연과 마을을 매개하는 도시'를 콘셉트로 성남복정2지구 공공주택을 그렸다.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주변 자연으로 열린 단지를 계획했다. 경사 지형을 고려해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설계도 제안했다. 판상형 설계와 생활가로변 테라스, 옥상정원 등을 통해 전체 마을과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경관을 제공하는 주동 디자인을 제시했다.
27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LH가 올해 6월 공모한 '성남복정2 A1블록 공동주택' 현상설계 공모에서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와 건축사사무소 두올아키텍츠, 지앤엠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설계권을 따냈다.
성남복정2지구는 사전청약 지구로 A1블록에는 전용면적 55㎡ 단일면적 신혼희망타운 1026가구와 부대복리 시설이 들어선다. 이 중 360가구가 행복주택으로 공급되고, 나머지 666가구는 공공분양된다. 예정 설계용역비는 △건축·기계·토목 30억원 △전기통신 4억원 △소방기계 2억원 △조경 1억원 등 총 41억원이다.
당선작을 낸 디에이그룹 컨소시엄은 단지 콘셉트를 '자연과 마을 사이를 매개하는 중간도시'로 제안했다. 숲으로 둘러싸이고 경사진 단지 특성을 고려해 대지 사방으로 녹지와 도시를 연계하면서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설계를 적용했다.
영장산과 만나는 대지 북 측에는 지형 경사도에 맞춘 주동 배치를 계획해 자연재해 예방을 꾀했고, 서 측은 터널 변이 있는 만큼 방음을 고려해 주거동 옆벽이 향하도록 배치했다. 남 측은 학교와 맞닿은 경계를 고려해 테라스 하우스를 활용해 높낮이 차를 최소화했고 동 측에는 공원을 향한 열린 배치를 구현해 산책로와 연계한 커뮤니티를 계획했다.
또 판상형 설계를 통해 도시 흐름에 이질감이 없도록 주동을 배치했으며 도시와 단지를 연결하는 가로경관을 계획했다. 생활가로변을 따라 테라스하우스와 옥상정원이 있는 주동을 배치해 다양한 경관을 외부에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도 입주민의 보육·문화 활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교류와 공유플랫폼 △일상과 거주 육아플랫폼 △보육과 문화를 품은 성장플랫폼 △자연과 연계된 그린플랫폼 구축 등을 계획했다.
세부적으로는 생활에 밀접한 커뮤니티를 주거 공간과 연계해 입주민이 자발적인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하고, 열린 중앙공간을 통해 보육에 특화한 안전 놀이터를 제안했다. 등굣길을 따라 지형을 이용한 데크형 커뮤니티를 구현하고, 근린공원 산책길로 연결되는 동선을 계획해 지역에 개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내 집 앞 엘리베이터 홀에서 1층 로비로 이어지는 공간에 보육과 육아, 가사 등 생활 일부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이런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입주민이 서로를 알아가며 친밀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이웃 간 신뢰를 형성하고 육아 공유까지 이어지는 생활 공유 플랫폼을 만들자는 게 디에이그룹의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