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3월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UN(국제연합)이 인구·경제활동의 지속 증가로 수질이 오염되고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하고 1993년부터 매년 기념하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물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니즈(Needs)도 부쩍 늘었다.
깨끗하고 품질 좋은 물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 생수시장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영국의 물 전문 조사기관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생수시장 규모를 8650억달러(약 979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모니터 기준 국내 생수시장은 2010년 4000억원에서 2019년 88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와 수돗물 유충 사건 등의 영향으로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엔 2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먹는 물을 판매한 첫 시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였다. 당시 정부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수돗물을 꺼릴 수 있단 판단에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중단되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생수 판매가 본격적으로 허용됐다.
25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 판매 중인 생수 브랜드만 200여개에 이른다. 겉보기엔 다 같은 먹는 물로 보이지만, 브랜드와 품질, 가격, 수원지(水源地) 등 여러 면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2리터(ℓ) 한 병에 500원도 안 되는 저렴한 PB(유통업자 상표) 생수는 물론 에비앙 등 고가의 수입산 제품까지 무척 다양하다.
대개 외국산 생수가 국내에 수원지를 둔 생수보다 맛과 품질 면에서 더 뛰어나단 인식이 있지만, 꼭 그렇진 않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최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국내에 시판 중인 74종의 생수를 투명도·냄새·균형감 등 12요소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했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브랜드는 제주도를 수원지로 둔 ‘오리온 제주용암수(89.75점)’였다. 글로벌 생수시장에서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에비앙(88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우수한 생수들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단 점을 보여준다. 실제, 관세청이 발표한 국내 생수 수출액은 2014년 549만달러(약 62억원)에서 2019년 695만달러(79억원)로 5년 새 26% 성장했다.
국내 생수시장 1위 제주삼다수는 지난해 중국 수출을 2년 만에 재개하는 등 전 세계 30여개국에 유통되고 있다. 최근엔 미국까지 진출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는 러시아와 미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공략에 나서면서 인지도 높이기에 애쓰고 있다. 오리온의 제주용암수는 프리미엄 미네랄워터를 콘셉트로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지로 수출 판로를 넓히며, 글로벌 명수(名水)로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K-푸드(한국식품) 수출액은 전 세계적으로 라면과 김치, 고추장 등의 수요가 늘면서, 역대 최고치인 98억달러(11조원)를 넘어섰다. 한국의 물도 충분한 경쟁력을 앞세워 K-푸드의 대표 주자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