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추천 이사 '최초 선임' 기대↑…금융권 파장 예고
기업은행, 노조추천 이사 '최초 선임' 기대↑…금융권 파장 예고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3.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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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행장, 취임때 '적극 추진' 내용 담은 노사공동선언문 서명
주총 안 거쳐도 돼 4번 도전 실패한 국민은행보다 가능성 높아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신아일보 DB)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신아일보 DB)

사외이사 2명을 새로 뽑아야 하는 기업은행에서 금융권 최초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지난해 취임 당시 노동조합과 노조추천사외이사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특히, 기업은행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앞서 네 차례 도전에서 실패한 국민은행보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사외이사 4명 중 2명은 임기가 만료된 상태다.

이승재 사외이사는 이날부로 임기가 끝났고, 김정훈 사외이사는 지난달 12일 임기가 종료됐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새로운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해야 한다. 앞으로 있을 이사회 일정을 고려하면 내달 중에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달 29일 기업은행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며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은 이사회가 진행되기 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최근 사외이사 후보를 사측에 비공개 추천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로 어떤 인물을 추천했고, 몇 명을 추천했는지는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작년 1월 취임 당시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노사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행장이 노동조합과 직접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에 합의한 만큼, 금융노동계가 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 선임 성공 가능성에 거는 기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앞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하기 위해 네 번 시도했으나 주주 동의를 얻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서 사외이사 선임에 행장의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윤 행장은 지난달 18일 서면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사외이사는 은행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금융위에 제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은행에서 금융권 최초 노조 추천 이사가 탄생할 경우 다른 금융사에서도 추가 선임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조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가 된다면 노조의 주장과 의견을 대변할 수 있지만, 무조건 노조의 이익만 대변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사회의 공공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위해 일할 수 있고, 노사갈등이 발생할 때 중재하는 역할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가 금융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은 노동계가 공식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그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며 "노조추천이사제가 성공한다면, 직원 입장에서는 급여가 오르거나 복지가 개선되는 등 장점이 있겠지만, 은행 소비자나 나라 전체로 봤을 때는 더 큰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