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유럽에 위치하고 있는 인구 1000만, 1인당 GDP 1만8000달러의 헝가리에서 결혼 붐이 일고 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는 결혼이 감소하고 있는데 헝가리에서만 결혼이 증가하고 있다. 2019년 9월까지의 혼인 건수가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증가했다. 지난 30년 만에 최고치다. 반면에 이혼은 지난 6년 이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헝가리에 2019년 들어 갑작스럽게 결혼 붐이 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헝가리의 결혼 붐은 2019년 2월10일에 출산장려정책이 발표됐을 때 이미 예견됐다. 7가지 출산장려정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아래의 두 가지다. 이 두 가지 정책은 출산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으로 다른 유럽국가들의 복지 성격의 정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첫 번째 정책은 결혼을 하면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1000만 포린트(약 4000만원)를 대출해주는 제도다. 아이를 낳으면 이자를 면제해주고 셋 이상 낳으면 전액을 탕감해주기까지 한다. 이 정책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세 명의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두 번째 정책은, 아이를 넷 이상 낳으면 여성에게 평생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빨리 아이를 넷 낳아 소득세를 면제받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44%의 높은 소득세율 때문에 소득이 높은 전문직 여성들에게는 강렬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이 정책들이 발표됐을 때 모든 미혼 여성들은 결혼을 꿈꾸기 시작했을 것이며 적령기 미혼 여성들은 배우자를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 애인이 있는 여성들은 결혼을 서둘렀을 것이며, 이미 결혼한 여성들은 아이를 가지려 했을 것이다. 그 결과 혼인은 증가하고 이혼과 낙태는 감소한 것이다.
헝가리는 2011년에는 자녀1인당 400~1500달러 세액 공제를 해주고, 2015년에는 최대 3만6000달러의 주택구입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출산장려 정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2011년 1.23명의 출산율이 2018년에는 1.55명으로 7년 만에 26% 상승했다. 2020년 10월까지의 출산율은 지난해에 비해 4.7% 증가에 머물렀지만, 앞으로 출산율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헝가리 정책의 실효성이 입증되자 여러 나라에서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원시가 시동을 걸었다. 1억원의 결혼대출금을 아이 셋 낳으면 모두 탕감해주기로 했다.
헝가리의 결혼 붐은 세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둘째,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실시하면 얼마든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출산 문제에는 해답이 없다고 하는데, 얼마든지 해답이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인간은 환경이 갖춰진다고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필요해야 아이를 낳음을 보여준다. 그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과 전 세계의 많은 선진국에서는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데 하는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헝가리의 정책은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가도록 한다. 이익이 기대되면 필요성이 증가해 혼인과 출산율이 올라간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준 헝가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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